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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화 우려에도 학력진단 공개…기초학력 끌어올릴 수 있나

등록 2025.05.16 05:00:00수정 2025.05.16 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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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처리해도 분석하면 학교 쉽게 드러나"

"줄세우기 우려…서울 외 지역에 확산될 것"

통일된 진단도구 없어…"정규화, 인력 필요"

[서울=뉴시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1월 6일 기초학력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를 방문해 학부모 및 교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4.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1월 6일 기초학력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를 방문해 학부모 및 교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4.1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서울에서 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공개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 서열화가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결 취지를 살려 기초학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6일 서울시교육청과 대법원에 따르면 2023년 서울시교육청이 제소한 '서울특별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진보 교육감 취임과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이유로 서울시의회는 2023년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안에는 개별 학교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고, 교육감이 그 결과를 공개한 학교에 포상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이 국가 사무이고, 결과를 공개하면 학교 서열화를 조정할 우려가 있다며 재의결을 요청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재의결마저 통과됐고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이 사안을 제소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조례안은 효력을 갖게 됐는데 당장 평가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기초학력을 진단하는 통일된 도구가 없다. 각 학교에서는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각급 학교에서 개발한 평가 문항을 자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경계성지능이나 난산·난독, 심리적 요인 등으로 학업 성적이 부진한 학생을 지원하는 경우 대해서는 학업 성취도를 보고 받지만 이 외에 학생들에 대한 기초학력 부분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결과를 공개하려면 똑같은 잣대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앞으로 협의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과 공개에 따라 학교가 서열화될 수 있다는 점은 교육계에서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하면서 학교 서열화 우려에 대해 "개별학교의 명칭을 기호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별학교를 익명처리해 공개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비실명 처리를 한다고 해도 지역 사회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자치구별로 분석을 해보면 쉽게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린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근거가 마련된 셈인데, 학교 줄세우기가 시작될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서울시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서울 정책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라며 "교육계에 미칠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학교 줄세우기가 아닌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진단하고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선 교육부를 비롯한 당국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공동대표는 "기초학력 지도가 더 활성화되고 미달 학생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 체계가 만들어지느냐가 핵심"이라며 "지금은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지도하는 지원 체계가 잘 갖춰있지 않기 때문에 기초학력 진단과 보정 시스템이 부정확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했다고 해도 이 학생들을 지도할 전문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기초학력 진단 시스템을 정규화하고 학교마다 보건, 상담, 진로, 진학 선생님을 배치하듯 기초학력을 전담할 수 있는 선생님을 1명씩은 꼭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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