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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교문 앞 핑크색 입은 선생님 "애들아 사랑해"[현장]

등록 2025.05.15 10: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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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방송고 교사들, 머리띠·피켓 착용하고 등굣길 학생 맞이

"사랑받는 날 아닌, 사랑 전하는 날 만들고 싶어"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5.05.1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5.05.1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조수원 기자 = 15일 오전 8시께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 교문 앞 중앙현관 양편에 교사 12명이 일렬로 나란히 섰다. 핑크색 웃옷을 맞춰 입고, 머리에는 '자체발광'이라는 글자가 쓰인 왕관 머리띠와 나비모양 장식, 하트 안경을 착용했다. 손에는 "애들아 사랑해" "선생님이 참 많이 좋아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은 스승의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꽃과 인사를 받는 대신 먼저 손을 내밀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스승의날이지만 우리가 먼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 학교의 설명이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교문 앞 분위기는 화사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오전 7시55분께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학교에 도착했다. 교육감은 줄지어 선 교사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건넸고, 교장에게는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정 교육감은 "방송고 선생님들이 핑크데이를 기획해 아주 의미 있는 스승의날을 만들었다"며 "선생님이 학생을 기다리고 먼저 손 내미는 풍경 자체가 존경과 사랑이 상호적인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 안에서 존경이 자란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주신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도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등교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다소 쑥스러운 듯 교사들의 인사에 꾸벅 인사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보였다. 한 여학생은 여성 교사에게 다가와 악수한 뒤 환하게 웃으며 교문을 통과했다. 한 남자 교사는 행사 줄 밖으로 이동하려다 주변 교사들이 "저분도 선생님이에요"라는 주변의 말에 재빨리 줄에 합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 "얼른 와", "환영합니다"라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학생들은 작게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한 여학생은 교사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교문을 들어섰다.

오전 8시30분부터는 중앙정원에서 공연 행사가 이어졌다. 백 교감과 김승주 학생안전부장이 '나는 반딧불'을 함께 부르며 무대의 문을 열었고, 이어 연예과 교사들과 교생 4명이 H.O.T의 '캔디' 댄스 무대를 꾸몄다. 학생들은 비를 피해 우산을 쓰거나 후드를 뒤집어쓴 채 양손을 흔들며 공연에 호응했다.

이어진 밴드 공연에서는 여학생 보컬과 남학생 기타 2명이 데이식스의 ‘웰컴 투더 쇼(Welcome to the Show)’를 연주했고, 학생들은 박수를 치거나 어깨를 들썩였다. 한 여교사는 무대 위 여학생에게 노란 꽃을 건네며 머리 위로 손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도 교사들의 노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연우(19) 양은 "선생님들이 먼저 표현해주시니 우리도 더 잘 표현하게 된다"며 "공식적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이런 날이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9시 넘어 행사가 끝나자 교사와 학생들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평소 일과로 복귀했다.

이날 행사는 교사가 학생에게 감사를 받는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먼저 마음을 표현하고 관계를 좁히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백재민 교감은 "일반적인 스승의 날 행사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보자고 했다"며 "서이초 사건 이후 선생님들이 많이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선생님들이 노력하고 학생과 함께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장경은 교무부장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필요했다"며 "선생님이 먼저 다가가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같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서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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