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시부모 '20첩 반상' 생일상 올린 며느리…"이제 더는 못 해"
동네잔치 벌여…"새벽 4시에 일어나 상 차렸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서울=뉴시스]홍주석 인턴 기자 = 매년 시부모 생일 때마다 동네잔치를 벌여 20첩 반상을 20년 동안 준비한 며느리가 "더는 못 하겠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1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 50대 중후반 여성 A씨는 30대에 결혼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남편은 해외로 발령이 나면서, A씨는 홀로 시조부모까지 함께 사는 시댁에서 살게 됐다.
1년 뒤 남편이 돌아와 시댁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남편이 워낙 바쁜 탓에 시부모를 모시는 건 오롯이 A씨 역할이었다. 분가 후 A씨는 당시 만삭이었던 몸을 이끌고 시댁을 오가며 시부모를 모셨는데, 시부모에게 단 한 번도 "힘드니까 오지 말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시부모) 생일날 같은 경우, 전날에 미리 가서 음식을 다 했다. 신혼 때는 친척들이 전날 와서 자고 다음 날 점심까지 먹고 가곤 했다"며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상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점심때엔 새로운 손님들이 왔다"고 전했다.
이어 "생일상도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가족끼리 밥 한 끼 먹는 정도가 아니라 동네잔치 수준이었다"라며 "20첩 반상을 차려야 했다. 시부모는 먹고 싶은 메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시댁이 집성촌이어서, 마을 주민의 반은 친척이고 나머지 반은 평생 알고 지낸 이웃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시아버지의 식사 시간도 A씨를 힘들게 했다. A씨는 "시아버지는 식사 시간을 매우 엄격하게 지켰다. 아침은 오전 6시, 점심은 정오, 저녁은 오후 6시에 딱 맞춰 먹어야 했다"며 "시간을 못 맞추면 난리가 났다. (식사 시간에) 손님이 늦어도, 시아버지는 자기 밥은 빨리 달라고 재촉했다. 정말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놨다.
시부모는 젊은 시절 식당을 운영해서 식사 관련해 까다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은, A씨가 친정에서 가져온 전복을 구워 시아버지에게 내놓았는데, 시아버지는 맛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전복을 치워버렸다. 시어머니는 A씨에게 "우리가 나쁜 시부모였으면, 너 쫓아냈을 것"이라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이에 참다못한 A씨는 남편에게 "더 이상 시부모 생일상 안 차리겠다"고 선언했고, 그제야 남편은 자기 부모에게 "20년 넘게 생일상 차려준 며느리 귀한 줄 모르냐"고 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그럼 이번 며느리 생일상은 내가 차리겠다. 케이크도 사고 미역국도 끓여가겠다"라며 "며느리는 간단히 준비만 해라. 저번에 했던 갈비찜이랑 월남쌈 맛있더라. 또 먹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이제는 내 생일상도 내가 차리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시부모에게 받은 것도 없고, 앞으로 받을 것도 없다. 물론 뭘 받아야 생일상 차리는 것은 아니지만, 더는 생일상 차리기 싫은 내가 나쁜 며느리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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