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을 만드는 사람들⑥]창원보건소 김영순 역학조사관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보건소 김영순 역학조사관. 2025.05.14. kgkang@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4/NISI20250514_0001842155_web.jpg?rnd=20250514143556)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보건소 김영순 역학조사관. 2025.05.14. kgkang@newsis.com
코로나19를 마주한 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혼란의 시기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매일 쏟아지는 확진자 수와 재난문자 속에서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누군가는 그 공포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확산을 막고, 불확실한 상황에 맞서야 했던 사람들. 경남 창원특례시 창원보건소 김영순(56) 역학조사관도 그 치열한 현장을 끝까지 지켜낸 인물이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의 전환점
김 조사관은 2007년 3월 지역 의료기관의 감염관리실 팀장으로 시작해 19년 동안 신종플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 굵직한 감염병 위기를 현장에서 겪었다. 그는 위기의 순간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2009년 신종플루 당시 전산 시스템이 다운돼 종이에 일일이 접수해야 했던 상황은 마치 전쟁터 같았어요. 메르스 때는 의료진이 감염되고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병원이 뚫리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둘 다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시기는 한두 달 정도로 짧았어요. 코로나19는 3년 가까이 지속돼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정말 많은 것을 변화시킨 시간이었습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는 감염병 관리 시스템을 바꿨다면, 코로나19는 긴 시간 시민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시민의 일상을 바꿨다. 김 조사관도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의료기관 중심 대응체계에서 지역 사회 전체가 하나의 대응체계로 움직이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보건소가 지역 사회에서 감염병 관리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민과 관계기관이 모두 공감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신속한 판단과 공감이 핵심
역학조사관으로서 김 조사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이다. 감염병 대응은 속도가 생명인데, 특히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더 빠른 판단과 조치가 요구된다.
"2022년 4월 특정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지역 사회 전파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코로나19가 2급 감염병으로 전환됐는데요. 만약 그 당시에 재난문자가 나갔다면 검사 프로세스를 변경하면서 시민들 사이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김 조사관은 또한 감염병 대응에서 소통과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확진자의 이동경로 추적 과정에서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신뢰와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나 CCTV(관찰 카메라) 같은 기술적 도구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왜 우리가 협조를 요청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감염병 현장에서 19년, 감염된 적은 없을까?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감염병 관련 업무 연찬회에서 발표하는 김영순 경남 창원보건소 역학조사관. 2025.05.14. kgkang@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4/NISI20250514_0001842157_web.jpg?rnd=20250514143641)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감염병 관련 업무 연찬회에서 발표하는 김영순 경남 창원보건소 역학조사관. 2025.05.14. kgkang@newsis.com
하지만 2025년 들어 베트남에서 첫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 감염으로 인한 뇌염 환자 발생이 보고되는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과 여전히 존재하는 여러 감염병은 창원보건소의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김 조사관은 "최근 노로바이러스, 홍역, 백일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일명 햄버거병) 등 여러 감염병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서 주의가 요구된다"며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홍역 등 해외 유입 감염병의 위험도 커지고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염병 대응, 교육과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감염병은 나만 잘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병원, 학교, 기업, 보육 기관 등 각 시설의 담당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보건소는 감염병의 1차 대응을 맡는 조직입니다. 혼자서 모든 현장을 다 갈 수 없기에 현장에서 직접 대응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김 조사관은 점검표와 절차를 직접 정리해 공유하고, 교육을 통해 네트워크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교육을 받은 담당자와 일할 때는 일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됩니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가 대응 속도를 결정하죠." 김 조사관의 교육 철학은 '누구라도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
개인의 도전과 공동체의 사명감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최전선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판단력과 전문성은 꾸준한 현장 경험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집니다. 처음 감염병 관리 업무를 맡았을 때는 혼자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해서 막막하고 힘들었습니다. 메르스 이후 점차 지원과 네트워크가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군·구마다 있어야 할 역학조사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창원에서도 훈련받은 역학조사관이 배출돼 대응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으면 좋겠어요."
김 조사관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싸우면서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긴 터널을 빠져나와 감염병 전파가 차단되고 지역 사회가 안전해질 때의 성취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과 창원보건소는 오늘도 이러한 사명감과 긴장감 속에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g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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