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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업계가 본 사교육 "제도와 부모 욕망 자극…피할 수 없어"

등록 2025.05.14 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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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 사교육 좌담회

"현 입시, 고1부터 내신 좋은 성적 받아야"

"中선 쉽다가 高때 격차 커…사교육 의존"

"초등 상품, 과장 많아…극단적 말로 사기"

[서울=뉴시스] 정예빈 수습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14일 진행한 '초중고 수학 사교육의 현황과 전망' 좌담회에서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5.14. 5757@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예빈 수습 기자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14일 진행한 '초중고 수학 사교육의 현황과 전망' 좌담회에서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5.14. 5757@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정예빈 수습 기자 = '경제 한파'에도 사교육 비용은 매년 증가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사교육 관계자들은 현행 교육 제도와 부모들의 욕망 등을 고려하면 선행학습을 비롯한 교육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수학 사교육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는 직접 학원을 운영하거나 강의를 하는 강사 등 사교육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2020년부터 대치동에서 수학을 강의한 정모씨는 "트렌드가 정말 빨라졌다"며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무언가를 하려는 게 대치동 내에서는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교육 진입 시기가 빨라진 이유로는 현행 교육 과정과 입시 제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씨는 "빨리진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수능 위주로 대학 입결이 정해져서 고등학교 1~2학년때 삭발하고 정신차려서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 받아 대학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수시가 60%를 차지하고 내신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전교권 성적을 받아야 한다"며 "현 입시 체제가 고1부터 좋은 성적을 받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하려면 먼저,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 과정을 고려하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사교육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금천구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중학교 수업은 너무 쉬우니 고등학교를 올라가면 아이들 입장에서 너무 놀란다"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격차가 워낙 크니 처음 고등학교 올라갈 때 사교육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씨도 "교과과정을 보면 고등학교 1학년 교과 내용이 상당히 방대해서 1번 이상은 보고 가야 잘 따라갈 수 있고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며 "현재 대입 제도, 교육 과정을 고려하면 수학 선행학습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교육열 역시 사교육이 증가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시작했다가 중학교까지 확대했고 최근에는 초등부도 시작했다"며 "고등학교에서 초등학교까지 내려가는 시장을 열면서 느낀건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디까지 클지 알 수 없으니 더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초등학교를 하면서 느낀건데, 맘카페부터 시작해서 어머니들끼리 교류가 많은 게 사실이다보니 어머니들이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면 불안해 한다"고 했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초등학교 상품은 정말 필요없는데 과장된 광고가 많다"면서도 "의대반은 개인적으로 부모의 욕망이 크고, 그걸 자극한다. 초등학교때는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닌데 의대를 갈 수 있는 것처럼, 극단적인 말로 사기를 친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부모는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으면서 아이들은 학원에 밀어놓고 주5일을 공부시킨다"고 했다.

또 "입시라는 게 학생들이 자기 꿈을 향해가는 건데 그건 부모가 못하는 영역이고 학교 선생님들도 요새 학생들을 책임 안 지려는 모습이 많이 보여 사교육 선생님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상우 사걱세 수학교육혁신센터 책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37개국 중 1~2위, 수학·과학 국제 비교 연구(TIMSS) 2023에서는 58개국 중 3위에 오를 정도로 수학 성취도가 높다.

그러나 TIMSS 2023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의 수학 흥미도는 58개국 중 58위, 수학 자신감은 58개국 중 50위에 그쳤고 중학교 2학년 역시 흥미도는 43개국 중 37위, 자신감은 43개국 중 38위에 머물렀다.

김 책임연구원은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수학 학원과 수학 교재 현황을 분석했다. 초등학교 3~4학년때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우고 초등학교 6학년때 고등학교 1학년 개념을 배우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과도한 선행학습을 기반으로 한 레벨테스트가 진행된다.

그는 "조사한 것 중에 극단적으로 심하다 싶은 학원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5월 중에 고등학교 수학을 다 떼고 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학생들이 수학 공부는 정말 잘하는데 흥미없이 수학을 공부하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흥미가 높은데 공부를 못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흥미가 낮은데 공부를 잘하는 건 연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575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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