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尹 탄핵과 李 파기환송 판결 평가…'국민 납득'서 갈려
![[기자수첩]尹 탄핵과 李 파기환송 판결 평가…'국민 납득'서 갈려](https://image.newsis.com/2025/03/21/NISI20250321_0001797400_web.jpg?rnd=20250321120715)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두 판결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모양새다. 그 기준점은 숙의 통한 합의로 국민이 납득했느냐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후보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 접수 34일,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나온 판결이다.
대법원은 통상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판례 변경 등을 논의하기 위해 상고심 사건 가운데 일부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가 관여해 심리하기 때문에 장기간 숙고가 필요한 사건들을 주로 다룬다. 일반적으로 결론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후보 사건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결론이 나오면서 논란이 생겼다. 그동안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해온 속도와 절차에 비교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선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했다"며 1심 6개월, 2·3심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정한 공직선거법 규정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자평과 달리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 사건 상고심 절차를 '초고속 판결'로 규정하고 대선 개입 의혹까지 제기했다. 시민단체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법관은 조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 사건 선고 후폭풍을 보며 지난달 결론이 난 헌재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떠올랐다. 헌재의 탄핵 선고 과정도 매우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사건을 접수한 이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신속 선고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변론 절차를 마치고 장기간 평의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변론 절차를 마친 후 38일 만에 결론이 나왔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이 변론을 마친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과 11일이 걸렸다.
헌재의 숙고가 길어지면서 여러 설들이 제기되며 추측만 난무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신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의 과정은 비공개 대상이어서 정확한 속사정은 알 수가 없지만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최근 언론을 통해 만장일치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선고가) 오래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좀 만들어보려고 했다. 재판관끼리 이견이 있으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 짓는 재판이기 때문에 외부의 비판에도 시간을 들여 재판부가 일치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노력의 결과였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와 비교해 사회적·정치적 혼란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헌재의 결정을 국민들이 납득했다는 방증이다.
물론 헌재의 헌법재판과 법원의 형사재판은 성격과 절차 등에서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사법부가 내리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에서는 일부 비슷한 점이 있다.
같은 지점에서 이 후보 사건은 내부에서도 일치된 결론을 보지 못한 것이 눈에 띈다. 이 후보 사건은 대법관 10대 2 다수 의견으로 파기환송됐다.
2인 대법관의 반대 의견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다수 의견에 대해 "찬동할 수 없다", "바람직하지 않다",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의 평의와 비슷하게 전원합의 과정도 공개 대상이 아니다. 판결문에서 보기 힘든 격정적인 어조를 볼 때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같은 대법관들이 납득하기 힘든 판결 내용이라면 국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대법원의 이례적인 선고가 개운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일부 자초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법부를 향한 외풍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개입 의혹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 특검법 발의, 탄핵안 추진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삼권분립 원칙에서 바라볼 때 민주당의 공세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 사법부 독립이 우려되면 민주당에게 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야 할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외풍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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