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의로 타인에 유심 개통 허락해도 미필적 고의 성립"
타인에게 유심 개통 허락…신분증 등 제공
1심은 벌금형…2심 "범행 고의 없어" 무죄
대법 "타인에게 제공될 것 알았거나 인식"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05.13.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08/NISI20250508_0020801227_web.jpg?rnd=20250508092749)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05.13.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선의로 타인에게 본인 명의의 유심 개통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도 미필적 고의가 성립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B씨에게 "선불유심을 개통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가입 서류와 신분증을 제공해 9개 회선의 선불유심이 개통되도록 만든 혐의를 받는다.
전기통신사업법 30조는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선 안 된다'고 정한다.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타인에게 제공할 목적이 아닌 실적이 필요하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해 선불유심을 개통하도록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선불유심을 개통해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해당 선불유심이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얻은 수익이 미미한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를 도와주려는 단순한 호의로 이에 응한 것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고인 명의로 개통한 선불유심이 B씨 본인이나 제3자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것이란 점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유심을 개통할 당시 타인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인식해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선불유심을 개통하도록 허락했음에도 실제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B씨가 취득한 유심 중 일부는 실제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에 사용됐다"고 했다.
대법원은 "휴대폰 대리점의 실적을 위하여 개통된 유심도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며 "선불유심 개통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점에 비춰 단순한 호의로 선불유심의 개통에 응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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