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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흉기 신고?" 알고보니 착각…커지는 공포에 경찰 허탕 출동

등록 2025.05.14 08:00:00수정 2025.05.14 08: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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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역서 흉기 의심 신고…오인으로 출동 취소

커지는 시민 불안에 허위오인 신고 수십만건

"스스로 경계 않으면 피해자 된다는 불안 탓"

[서울=뉴시스]흉기 난동 관련 그래픽. (사진=뉴시스 DB)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흉기 난동 관련 그래픽. (사진=뉴시스 DB) 2025.05.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이지민 수습 기자 =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 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가 잦아지며 경찰에 허위·오인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묻지마 범죄'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시민들이 상황을 오인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53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독산역 서동탄행 9-2번 칸에서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금천소방서와 구급대를 출동시켰으나, 경찰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해당 신고가 오인으로 인한 것임을 파악하면서 응급 출동이 취소됐다. 이는 한 시민이 60대 남성이 들고 있던 물건을 흉기로 오해해 일어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신고를 접수하면 경찰 및 소방당국이 즉시 출동하고 있지만 그만큼 오인 신고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에는 부산에서 7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아파트 앞을 배회 중이라는 오인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그러나 아파트 앞에 딸을 마중 나가던 중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버린 '과도'를 발견하고 본인이 쓸 목적으로 들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1월에는 전남 목포역 기차 인근에서 과일을 먹기 위해 과도를 들고 길을 가던 행인을 '기차역 흉기 테러'로 오인 신고해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즘 하도 흉기 난동 사건이 많아 오인 신고가 많이 접수된다"며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칼로 끈을 끊고 있는 것도 흉기를 들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청의 통계 자료의 출동신고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허위오인으로 처리된 신고 건수는 ▲2023년 30만6299건 ▲2024년 27만7943건에 달한다. 허위오인 신고가 늘어난 시기는 2023년부터 서울 신림역,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잇달아 흉기 난동 살인이 발생한 것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강북구 미아역 인근 마트, 충북 청주 고등학교 등에서도 흉기 난동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사회적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20대 여성 A씨는 "누가 지나가던 사람을 흉기로 찔렀다는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불특정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 출근길도 무섭게 느껴진다"며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일찌감치 피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걷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낯 익은 장소에서 예측할 수 없는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국가나 공권력이 개인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상적인 장소에서 이상동기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전체적인 사회적 불안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이 오인신고 증가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 ezm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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