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물어 '유죄' 최말자씨 재심 길 열리나…대법, 파기환송
중상해죄로 처벌…56년 만에 재심 청구
항고·재항고 모두 기각…법적 안정성 고려
대법 "불법 구금에 대한 진술 신빙성 있어"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20. (사진 = 뉴시스DB) photo@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17/06/20/NISI20170620_0013126335_web.jpg?rnd=20170620123456)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20. (사진 = 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최말자(78)씨가 청구한 재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8일 최씨가 제기한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1964년 5월 당시 18세였던 최씨는 강간 시도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에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다.
최씨는 중상해죄로 구속되고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성폭행을 시도했던 남성은 성폭력 혐의는 미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이 발생한 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재심 요건인 검사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재심을 기각했다. 최씨의 재심을 받아들일 경우, 과거의 법감정으로 내렸던 모든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검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며 "진술에 부합하는 직·간접의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일련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들이 제시된 반면, 그 진술과 모순되거나 진술내용을 탄핵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재항고인은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경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년 9월1일까지의 기간 동안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