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개입 빌언’에 중동 국가들 환영과 우려 교차-NYT
“중동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명 개척하라” 촉구
이라크·아프간·가자 전쟁에 개입한 미국에 비판적인 중동 반색
“인권 침해에 대한 미국 압력 사라진 후 영향에 우려”
![[리야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압둘아지즈 국왕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양국 투자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05.15.](https://image.newsis.com/2025/05/14/NISI20250514_0000334215_web.jpg?rnd=20250514090740)
[리야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압둘아지즈 국왕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양국 투자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05.1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서 서방이 중동에 개입하는 것을 비난하며 불개입을 시사한 것에 대해 환영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압둘아지즈 국왕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투자포럼에서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국가 건설 등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초강대국이 더 이상 삶의 방식에 대해 강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자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국가 건설자들은 건설한 국가보다 파괴한 국가가 훨씬 더 많다”며 “ 개입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끼어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명을 개척하라”고 촉구했다.
그의 연설에 대한 반응은 중동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최근에는 기아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심화시키는 이스라엘을 지원했다.
미국의 이런 모습이 대중의 의식에 깊이 새겨져 있고 군주제 지지자와 반체제 인사 모두 이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발언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학자 술탄 알라메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마치 식민지 억압의 역학을 다룬 20세기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프란츠 파농의 발언처럼 들린다고 농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면서 “위대해질 기회를 주기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리아인들은 축하하는 밈을 올렸다.
전쟁에 휩싸여 있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예멘의 시민 압둘라티프 모하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좌절감을 표명했다.
수도 사나의 레스토랑 매니저인 모하메드는 “언제쯤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인정하고 다른 나라들처럼 살도록 내버려 두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의 부유한 3개국을 나흘간 순방하는 일정의 시작과 함께 나왔다.
하지만 리야드에서의 그의 연설은 그의 순방에 더 큰 외교적 야망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웃 두 나라인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인정하기를 “열렬히 바란다”고 말했다.
사우디 관계자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이후에야 이스라엘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타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핵무장으로) 영구적인 적을 두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14일에는 시리아의 새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 임시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잔혹한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를 축출한 반군 연합을 이끈 전직 지하디스트 알샤라와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너무나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외국 지도자들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미국의 정책을 통해 그들의 죄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불개입 발언은 환영을 받으면서도 일부 아랍인들은 인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사라지면 그들의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브라힘 알마디는 비판적인 소셜 미디어 게시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체포된 미국-사우디 이중 국적자(75)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석방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날 수 없다.
알마디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기간 아버지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나 보좌관들이 사우디 관리들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했는지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워싱턴의 연구 그룹인 뉴라인스 연구소의 수석 상주 연구원인 알라머 씨는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일반적으로 좌파와 반제국주의 지식인과 관련된 주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알라머 연구원은 “아랍인들이 과거에 미국의 강연과 개입주의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걸프 지역과 미국의 새로운 우익 포퓰리즘 운동이 좌파와 사회주의자로부터 이런 수사학의 일부를 빌려와 보수적 세계관을 확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저명한 인권 변호사 네가드 엘보라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기 때문에 그의 연설을 크게 해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엘보라이에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들이 항상 정말로 중요하게 여겼던 것, 즉 미국의 이익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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