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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붙인다고 제 집 되나"…인도, 점령지 27곳 중국식 지명에 반발

등록 2025.05.15 11:45:59수정 2025.05.15 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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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5년만에 사망자 발생했던 아루나찰프라데시주

中, 일방적 ‘표준 이름’ 리스트 발표…2017년 이후 5번째

충돌 이후 비자 완화·직항 재개 등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셀라패스.(출처: 위키피디아) 2025.05.15.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셀라패스.(출처: 위키피디아) 2025.05.1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은 인도가 점령하고 있는 국경 분쟁 지역의 산과 강, 호수 등에 중국식 이름을 붙여 인도가 반발하고 나섰다.

양국간 국경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양국 접경지역에 있는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27곳에 ‘표준’ 이름을 공개했다. 산 15개, 주거 지역 5개, 산길 4개, 강 2개, 호수 1곳 등이다.

중국은 이곳을 티베트자치구의 남쪽이라는 의미로 ‘장난(藏南)’이라고 부른다.
 
27곳에는 한자, 티베트어 혹은 병음(중국어의 로마자 표기)으로 된 이름이 붙여졌고 자세한 위도와 경도 좌표와 고해상도 지도가 함께 제공됐다.

국무원은 “국무원의 지명 관리에 관한 관련 규정에 따라 관련 부서와 협력해 장난 지역의 일부 지명을 표준화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14일 중국의 움직임을 “무의미하고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인도 외무부는 “아루나찰프라데시는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인도의 필수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일부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이름을 붙인다고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군대는 2020년 6월 15일 이곳에서 충돌했다. 당시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국 군대는 총이 아니라 곤봉, 철조망을 감은 막대기, 돌 등을 들고 싸웠다. 양국간 국경 분쟁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다.

양국은 1962년과 1967년 전쟁을 벌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양국 군대가 관할하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아왔다.

양국은 지난해 말 군사적 국경 분쟁을 종식시키기로 합의했다. 올해 1월에는 양자 관계를 재설정하기로 약속한 회의도 있었다.

올해 초 비자 절차를 완화하고 직항편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는 중국이 5년간 중단시켰던 인도 순례자들의 성지인 카일라스산과 만사로바르 호수 방문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SCMP는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대한 이름 부여가 이런 양국간 화해 움직임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표준 이름’ 부여 장소는 양국간 비공식적 경계인 실제 통제선의 인도 측에 있다.

이 경계는 영국 식민 통치 시대에 그어진 맥마흔 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양측은 그 선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지나는 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 선 남쪽의 일부 지역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장난’이라고 부르고 인도는 아루나찰프라데시주로 명명한다.

중국이 아루나찰프라데시주 내의 장소에 이름을 붙인 것은 다섯 번째다.

중국은 2017년부터 일련의 목록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6개 지역이었고, 2021년 15개, 2023년에는 11개 지역이었으며, 지난해 3월에도 30개 지역이 발표됐다. 이 목록의 대부분은 인도가 통제하는 지역에 속한다.

지난해 4월에도 인도 외무부는 중국이 이름을 만들어 현실을 바꾸려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라고 거부했다.

수브라흐마냐무 자이샨카르 외무장관은 “당신 집 이름을 바꾸면 제 집이 되는 거냐. 아루나찰프라데시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인도의 주(州)”라며 “이름을 바꾸는 것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 언론은 지난해 6월 인도군 정보전 사단이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티베트 지역의 30개 장소의 이름을 바꾸기 시작했지만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고 추가 움직임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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