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문 죄' 최말자 사건 재심…'증인신청' 공방
검찰 "1심 재판 증인 다시 신청"…최씨측 "또 상처"
![[부산=뉴시스] 부산법원종합청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2/19/NISI20250219_0001773922_web.jpg?rnd=20250219164525)
[부산=뉴시스] 부산법원종합청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60여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오히려 범죄자가 된 최말자씨의 재심 재판을 위한 준비 기일에서 증인신청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9일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최씨에 대한 재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준비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이날 법정에 최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최씨 측은 "현재 공소사실을 증명할 만한 수사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수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책임을 피고인에게 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검사가 공소사실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중상해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재심 재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최대한 보완하고 그에 따라 정확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며 "따라서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 검토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1964년 최씨가 1심 재판을 받을 당시 법정에 출석했던 증인들을 다시 재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세우고 최씨에 대한 피고인 심문 등을 진행한다는 입증 계획을 밝혔다.
최씨 측은 "과거 19세 소녀였던 피고인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이 돼서 온갖 수모를 당했었다. 그런데 이 법정에 증인들을 다시 불러내 과거를 끄집어내서 다시 밝히는 것은 최씨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기록을 보관하지 못한 것은 검찰 측의 책임인데 증인을 다시 부르고 피고인 심문을 한다는 것은 검찰의 책임을 피고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이 증거 입증 계획을 놓고 계속 실랑이를 벌였다.
재판부는 "60년 가량 지난 시점에서 재심이 개시된 이상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법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검찰 측에서 신청하는 증인을 어디까지 채택할 것인지, 증거 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숙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중재했다.
또 "피고인이 계속해서 공판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준비 기일을 몇 회를 진행하든 간에 추후 공판기일에서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증거 조사가 가능하도록 정리가 된 뒤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찰 측은 다음 공판준비기일 이전에 증거 제출이 가능하다면 제출해달라. 피고인 측에서도 필요한 증인이나 증거 방법이 있다면 대략적인 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공판이 끝난 뒤 검찰은 최씨 측을 찾아 "이번 재심이 60여년 전 사법부의 잘못으로 피해를 본 최씨가 회복하는 과정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오늘날의 관점에서 새로운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과 최씨 측은 향후 증인 신청 등에 관해 소통하기로 했다.
지난 1964년 5월 당시 19세였던 최씨는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A씨의 혀에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다.
당초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A씨를 강간미수 및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석방한 뒤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오히려 불구속 상태였던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이후 최씨는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성폭행을 시도했던 A씨는 성폭력 혐의는 미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이 발생한 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1심과 2심은 '법적 안정성'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검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부산고법은 지난 2월 최씨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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