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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깨물어 유죄' 최말자씨 재심 길 열렸다

등록 2025.02.12 12:13:45수정 2025.02.12 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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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재심 기각결정 항고 인용

재판부 "진술 구체적…청구 동기도 억지스럽지 않다"

'성폭행범 혀 깨물어 유죄' 최말자씨 재심 길 열렸다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56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물어 오히려 범죄자가 된 최말자(78)씨의 재심이 열리게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지난 10일 최씨의 중상해 혐의 관련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

최씨는 재심청구를 하면서 ▲부산지검 출석 당시 아무런 설명 없이 최씨를 독방에 구금하고 수갑을 채운다음 검사의 심문을 받도록 한 점 ▲구속사유나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점 등을 주장하며 구속된 과정에서 검사의 직무상 범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최씨 진술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된다. 또 최씨는 재심청구 계기에 대해 60세가 넘어 검정고시를 거쳐 공부를 시작하면서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재심청구의 동기에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소자인명부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최씨가 1964년 9월1일자로 구속돼 기소됐다고 기재돼 있다. 같은 해 7월 초순경부터 9월1일경까지는 최씨의 진술과 같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영장 없는 체포·감금이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또 '재심청구인의 진술 외에는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수십 년 전에 발생한 수사기관의 범죄 혐의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는 최씨에게 수사기관이 공소를 제기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으로써 재심사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최씨의 원심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취소하고 재심을 개시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최씨는 강간 시도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에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판결에 대해 56년 만에 다시 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지난 1964년 5월 당시 19세였던 최씨는 강간 시도에 저항하다 가해자 A씨의 혀에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다.

당초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A씨를 강간미수 및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석방한 뒤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오히려 불구속 상태였던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이후 최씨는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성폭행을 시도했던 A씨는 성폭력 혐의는 미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이 발생한 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재심 요건인 검사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재심을 기각했다. 최씨의 재심을 받아들일 경우, 과거의 법 감정으로 내렸던 모든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검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won9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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