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문 죄' 78세 할머니의 56년 恨, 이번엔 풀릴까
변호인 "빠른 재심 결정 내려달라"
검찰도 재심 개시 의견 밝혀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56년 전 성폭행 저항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물어 오히려 '가해자'가 된 최말자(78)씨의 재심 사건에서 검찰이 '재심 개시' 의견을 밝혔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22일 최말자씨의 중상해 혐의 관련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이번에 재심 기각 결정 파기 사유인 '불법체포·구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면서 "재심 재판 전 제출된 서면과 증거들도 자세히 검토해 빠른 재심 결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부탁했다.
검찰은 "대법원은 재심 청구인 진술 그 자체가 재심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재심 청구인의 진술에 부합하는 당시 신문 기사 등을 토대로 본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며 "이러한 대법원 결정의 취지를 존중해 검찰은 재심 개시 의견을 밝힌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심문을 진행해 사건 당시 진행된 수사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청취했다.
이후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변호인들이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내용 중에는 소년법 위반과 권리행사방해죄 성립, 불법체포·감금, 협박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며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불법체포·감금 부분인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변호인 측은 자료 낼 것이 있으면 10일 이내에 제출해 주시고, 재심 결정은 그 이후에 내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1964년 5월 당시 18세였던 최씨는 강간 시도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에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다.
최씨는 중상해죄로 구속되고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성폭행을 시도했던 남성은 성폭력 혐의는 미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이 발생한 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재심 요건인 검사의 위법 행위를 입증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재심을 기각했다. 최씨의 재심을 받아들일 경우, 과거의 법 감정으로 내렸던 모든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검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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