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스승의 날 복무점검…교사들 "비참했다"
캐비닛 뒤지는 등 잠재적 범죄자 취급
교육청 "선거철 공직기강 확립, 일상적 활동" 해명

16일 경기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도교육청 감사관 부서는 시흥 A고교 교무실에서 교사들의 책상과 캐비닛을 점검하며 사진을 촬영하는 등 복무감사를 진행했다.
앞서 스승의 날을 맞아 해당 학교에서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이 교실 칠판에 "선생님 사랑해요", "축하해요"라는 메시지와 예쁜 그림을 그려 놓았으며 초코파이를 케이크 모양으로 쌓아 교사들에게 선물했다.
또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치며 축하했고, 일부 학급에서는 노래를 불러주는 등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러한 축하 행사는 오전 조회 시간에 각 학급 교실에서 진행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스승의 날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이 존경받고 행복한 교직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라는 메시지를 교사들에게 전했다.
그런데 정작 도교육청 감사 부서는 예고 없이 불시에 A고교 등 시흥·광명지역 학교 2곳을 찾아 복무점검을 실시했다.
특히 A고교에서는 책상 위 자료들을 살펴보고, 캐비닛을 열어보는 등 마치 수사하는 듯한 형태를 띠기도 했다.
교사들이 이같은 감사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사는 "교직 경력 30년 동안 이런 방식의 복무감사는 처음"이라며 "오전에는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고 오후에는 범죄자 취급을 당한 느낌의 복무감사를 받아 비참했다"고 씁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선거철을 앞두고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것을 우려해 최근 3년간 복무점검 기록이 없던 학교 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을 위한 예방적 차원의 점검으로, 행정처분이나 조치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계도로 마무리된다. 현장에서도 충분히 안내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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