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클로즈업 필름]톰 크루즈, 당신 미쳤군요

등록 2025.05.15 05:30:00수정 2025.05.15 11:32:5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영화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 리뷰

[클로즈업 필름]톰 크루즈, 당신 미쳤군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톰 크루즈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을 만드는 데 약 4억 달러를 썼다. 약 5600억원.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라고 얘기하는 제작비 규모는 1억 달러 후반에서 2억 달러 초반이다. 블록버스터 두 편 만들 수 있는 돈을 이 작품 하나에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단일 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얘기할 정도다. 거두절미 하면 '미션 임파서블' 8번째 영화는 돈값을 한다. 항공모함·전투기·잠수함·비행기 등 온갖 큰 물건이 죄다 등장하고, 미국·유럽·아프리카·북극 등 전 세계를 돌며 찍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몸값 비싼 배우가 말 그대로 목숨 걸고 스턴트 연기를 한다. 그러니 이 영화를 2만원이 채 안 되는 돈에 보는 건, 러닝 타임 169분을 고려하더라도 수지가 맞는다.

크루즈는 이번에도 미친 짓을 한다. 이미 600m 높이 암벽에 맨 손으로 매달렸고(2편) 828m 높이 빌딩을 맨몸으로 기어오른데다가(4편) 군 수송기에 매달려 1500m 상공까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5편) 7600m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했으며(6편) 1100m 수직 절벽 위를 오토바이를 타고 뛰어 내린 적도 있다(7편). 그런데도 그는 이 모든 액션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려는 듯, 할 수 있는 한 물 속 깊이 들어가 도무지 나오려 하지 않고, 2400m 상공에서 시속 225㎞로 날아가는 비행기 날개 위를 걷는다. 더 이상 새롭다고 할 순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단언할 수 있는 건 이런 액션은 이 시리즈 외에 없고, 오직 크루즈만 할 수 있다.
[클로즈업 필름]톰 크루즈, 당신 미쳤군요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은 2023년에 나온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과 짝을 이룬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자가발전해버린 AI(인공지능) 엔티티가 전 세계를 멸망시킬 계획을 세우고, 이선 헌트와 그의 동료가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작과 연결돼 있긴 하나 복습이 꼭 필요하진 않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혹시나 7편을 보지 않은 관객을 위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는 건 물론이고 말로 하기 어려운 건 플래식백을 활용해서라도 이해를 돕는다. 다만 호의가 지나친 탓에 특정 대목에선 흐름이 끊길 때가 더러 있고, 일부 구간에선 지지부진하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 1~6편을 모두 아우르며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다보니 액션영화만의 쿨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점이 없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제공하는 특유의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은 유효하다. 종반부 경비행기 추격전과 엔티티 포획 작전 그리고 핵미사일 위협 세 가지 사건이 교차 편집되는 구간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미션 임파서블'은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작전을 시도할 때 그 무모함이 자아내는 긴장, 그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임무를 끝내 완수해낼 때 쾌감 두 가지가 핵심인 시리즈. 이번 작품은 결국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요원,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 내에 엔티티를 잡아 내야 하는 동료, 핵미사일 버튼에 손을 갖다대고만 대통령을 이어 붙이며 이 감각을 밀어붙인다. 헌트가 북극 깊은 바다 아래 침몰한 잠수함에 침투하는 장면의 불안과 긴박엔 여느 영화에선 느끼기 어려운 실감이 있다.

제목과 이야기 맥락을 고려할 때 일각에선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이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크루즈는 관련 질문을 받고 "난 영화 만들기를 좋아하고 관객에게 계속 즐거움을 주고 싶다"면서도 "이 영화는 지난 30년 간 이어진 이 프랜차이즈의 정점"이라는 불명확한 답변을 내놨다. 7·8편을 만드는 데 5년 넘는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시리즈가 다시 시작된다고 해도 앞으로 최소한 수 년 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1962년생인 그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크루즈의 스턴트를 보는 건 정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배우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걸 우린 너무 잘 안다. 백발의 크루즈가 비행기에 매달린 모습을 언젠가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