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모라우 "이상한 것들, 새로운 아름다움 될 수 있다"

등록 2025.05.14 14:19:32수정 2025.05.14 16:18:24

'현대무용계 슈팅 스타' 모라우, 대표작 두 편 한국서 선보여

감정 없는 세상 그린 '파시오나리아'…"모두 다르게 경험해야"

'죽음의 무도' 무용수-관객 마주하는 공간서 100명 대상 공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가 14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마르코스 모라우는 기괴한 상상력과 독특한 움직임, 다양한 매체 활용하는 현대무용계의 슈팅 스타이다. GS문화재단은 마르코스 모라우 대표작 '파시오나리아', '죽음의 무도'를 오는 16일~18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2025.05.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우리는 이상한 것들이 새로운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무용계의 슈팅 스타'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 안무·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는 14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GS아트센터 '예술가들-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에서 '파시오나리아'(2018년 초연) 작품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모라우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신체를 통해 미친 듯이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데, 결국 인간 혹은 무용수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하면서 기괴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며 "어떤 작품들이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하면, 우리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 공연계가 가장 주목하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모라우는 기과한 상상력과 독특한 움직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현대무용 안무가다. 2013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국립 무용상 최연소 수상, 2023년 독일 무용전문잡지 '탄츠'(Tanz)의 '올해의 안무가'에 선정됐다. 무용 전공자가 아닌 모라우는 사진과 움직임, 연극을 공부한 이력의 영향으로 기존 무용 관습에서 볼 수 없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오고 있다.

'파시오나리아'에서 무용수들의 신체는 기묘하고 왜곡된 형태로 연출된다. 모라우와 '라 베로날(La Veronal)' 단체 무용수들이 연구한 '코바(Kova)'라는 수단을 통해서다. 감정이 억제된 신체에 로봇을 연상시키는 동작을 활용한다.

모라우는 "코바는 몸과 책상이 어떻게 맞닿을 수 있는지, 3차원 공간 안에서 몸이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에 더욱 집중한다"며 "그래서 다소 수학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AI 등) 기계 같은 데서 얼마나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는지, 유기적인 이 세상과 얼마나 멀리 혹은 가까이 있는지 바라보고자 한다"며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론 어떻게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어두운 세상 혹은 예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코바'라는 메소드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파시오나리아 무대 위에는 상자를 든 배달원, 진공청소기를 든 남자 등 일상을 살아가는 8명의 무용수들이 감정 없이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인다. 이들에게서는 감정도, 생각도, 논리도 찾아볼 수 없다.

작품 제목 '파시오나리아(Pasionaria)'는 스페인어로 '열정의 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고통', '수난'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을 지니고 있다. 모라우는 이 이중적 의미를 역설적으로 강조해 열정과 고통이 없는 인간의 미래를 '파시오나리아' 행성을 통해 그려낸다.

모라우는 이 작품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비롯해 무용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작품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두가 서로 다르게 이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모라우는 죽음 앞에서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지난해 초연한 '죽음의 무도'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파시오나리아와 달리 죽음의 무도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보는 지에 따라 이 작품을 마치 비디오 게임처럼 감상할 수도 있고 말장난처럼 불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삶에 대한 아주 우울하고 슬픈 알레고리(은유·함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작품은 중세 유럽 특히 스페인이나 독일에서 굉장히 많이 췄던, 전통에 기반한 민속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며 작은 마을들에서 행해졌던 춤"이라며 "죽음은 굉장히 민주적이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 지와 무관하게 삶의 마지막 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다가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 공연 장면 (사진=GS문화재단 제공)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하는지 전하고 싶었다"며 "유럽에서는 현재 굉장히 많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민자들이 추방을 겪는 등 사회적으로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죽음이 사회 혹은 그런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려고 한다. 죽음이나 삶의 가치는 사람이나 국가마다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은 관객과 무용수가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죽음의 무도는 오는 17~18일 GS아트센터 로비에서 100명의 한정된 관객을 위해 공연된다.

모라우는 "죽음의 무도 초연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박물관에서 했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공연했다. 단순히 극장이나 로비 등에서 공연한다고 규정하는게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이나 맥락 안에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지 탐구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편 모라우의 또다른 대표작 '파시오나리아'는 오는 16~18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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