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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저항하다 가해자로 몰린 중학생, 교육청 상대 승소

등록 2025.05.14 13:28:39수정 2025.05.14 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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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극적 저항을 쌍방 폭행 판단…중대 오류"

학폭 저항하다 가해자로 몰린 중학생, 교육청 상대 승소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저항하다가 쌍방 폭행으로 몰려 징계받은 피해 학생이 교육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판사 김성수)는 A(16)군이 인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가해에 따른 특수폭행 처분 취소 및 피해 관련 가해 학생 처분 변경'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은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이 2023년 6월16일 A군에게 내린 접촉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2시간, 특별교육 학생 2시간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또 소송비용을 교육장이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군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23년 3월17일 오전 8시30분께 등굣길에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와중에 동급생 B(16)군으로부터 부모에 관한 욕설, 소위 '패드립'을 들었다.

A군은 학교 내부에서 B군으로부터 폭행당하기도 했다. A군은 바닥에 넘어진 상태에서 자기 위에 올라탄 B군으로부터 얼굴 부위를 맞거나 목 졸림을 당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같은 날 A군의 피해 사실을 인지한 학교 측은 해당 사건을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했다. 또 A군에 대해 긴급 보호조치로서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 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등을 결정·통보했다.

그런데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같은 해 5월15일 돌연 B군이 "A군으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면서 학교 측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B군은 사건 당일 다른 학생들이 보는 와중에 자신도 A군으로부터 부모 욕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또 A군이 휴대전화로 자신의 목젖을 때렸고, "때리려면 때려, 돈이나 받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부교육지원청 학폭위원회는 A군과 B군 모두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군에게 ▲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4시간 ▲특별교육 학생·보호자 각 2시간 처분을 내렸다.

B군에게는 ▲피해 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사회봉사 2시간 ▲특별교육 학생·보호자 각 5시간 조치를 통보했다.

이 결정에 불복한 A군은 인천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봉사 시간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감경됐을 뿐 여전히 학교폭력 가해자로 분류됐다.

그러자 A군은 "휴대전화로 B군을 가격한 것은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단순한 방어 내지 정당방위에 불과하다"면서 "해당 처분에는 사실을 오인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으므로 모두 취소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교육당국의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서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군이 B군의 목을 가격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가해자인 B군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극적으로 저항한 행위로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B군이 A군을 잡고 들어 올리는 등 B군의 덩치나 힘이 A군에 비해 상당히 우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군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미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B군의 목 또는 어깨에 부딪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학폭위는 이 사건을 A군과 B군의 쌍방 폭행 사건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면서 "A군의 폭행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A군을 주된 피해자로, B군을 주된 가해자로 파악하고도 판정점수 배점에서 A군에게 6점, B군에게 7점을 배점해 단 1점의 차이만을 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A군이 쌍방 폭행 등으로 의율된 것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반성 정도를 '보통'으로 평가한 것도 쉽게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학폭위의 의결은 기본 판단 요소에 중대한 오류가 있고,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법원은 A군의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2시간 조치 부분은 법률상 이익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가해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 이수 처분이 위법해 취소 또는 무효 되면 해당 학생의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 역시 이수하게 할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는 취지다.


◎공감언론 뉴시스 rub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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