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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과 파드되의 환상적 어울림…발레 '카멜리아 레이디' [객석에서]

등록 2025.05.1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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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음악 녹아들어 주인공 남녀의 애틋한 사랑 극대화

'거장' 노이마이어, 전곡을 쇼팽으로…'장치' 아닌 '핵심'

강수진 이끄는 국립발레단, 아시아 최초로 전막 공연

퍼플·화이트·블랙 의상이 사랑의 감정 묘사·결말 암시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쇼팽의 아름다운 선율과 감미로운 연주. 파리의 젊은 귀족 아르망이 흠모하는 여인 마르그리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추는 파드되(2인무).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는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과 2인무가 완벽하게 결합된 무대다.

이 작품의 창작자로, '살아있는 안무계의 전설'로 불리는 존 노이마이어의 "마치 쇼팽이 카멜리아 레이디를 위해 곡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말처럼 음악은 주인공 남녀의 애틋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당초 노이마이어는 베르디의 오페라 음악을 가져 오려했으나 원작 소설 '동백꽃의 여인(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과 동시대에 살았던 쇼팽의 곡을 택했다. 노이마이어는 쇼팽의 모든 곡을 듣고 특정 감정을 잘 표현하는 곡들을 의식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제공하는 여성) 마르그리트와 명문가 귀족 아르망 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노이마이어는 공연을 앞두고 지난 달 29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곡을 사용한 데 대해 "파리의 사교계 생활과 오랜 투병으로 인한 욕망과 슬픔이 대립하는 삶을 살았던 쇼팽이 이 작품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실제 폐결핵을 앓았던 쇼팽은 호화로운 생활과 불치병을 앓고 있던 마르그리트를 연상시킨다.

1막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마르그리트(조연재)을 향한 아르망(변성완)의 사랑을 표현할 때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한 아르망의 불안을 보여줄 때 극에 완전히 녹아 들었다.  피아노는 무대 아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에 있지만 무대 위 오브제(물체)로도 사용됐는데, 이는 음악이 극을 뒷받침하는 '장치'가 아니라 핵심 요소라는 의미로 읽힌다.  
연주는 마르쿠스 레티넨이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미할 비알크, 박종화가 맡았다.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카멜리아 레이디는 1978년 노이마이어의 안무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초연된 지 47년 만에 강수진 단장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에서 아시아 최초로 전막을 무대에 올렸다.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이 작품은 클래식 발레와 달리 연극적인 요소가 중심을 이루는 '드라마 발레'다.

대사 없이도 무용수들은 섬세한 연기와 움직임으로 사랑, 격정, 고통, 갈등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1막은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 2막은 두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지만, 아들이 코르티잔과 동거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무슈 뒤발로부터 떠날 것을 요구받은 마르그리트가 고뇌하는 모습, 3막은 파국적 운명을 앞에 둔 두 주인공이 몸짓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프랑스 사교계의 다양한 의상도 볼거리다. 극 중 마르그리트의 의상은 퍼플·화이트·블랙 등 11번 바뀐다.  사랑의 설렘은 퍼플, 관능적 사랑은 '화이트',  파국적 결말의 암시는 '블랙'으로 표현했다.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서울=뉴시스]'카멜리아 레이디'에서 두 주인공 마르그리트(조연재)와 아르망(변성완)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1막에서는 여러 커플들이 붉은 색 드레스를 입고 웅장한 군무를, 2막에서는 마르그리트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며, 3막에서는 아르망과 마르그리트가 검은색 옷을 입고 애절한 감정이 담긴 파드되를 춘다.

지난 7일 개막한 국립발레단의 '카멜리아 레이디'는 오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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