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기울인 몸들' 예술적 실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제 기획전
점자블록, 대화형 음성해설 등 제공

기울인 몸들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장애, 노화, 질병 등 다양한 신체 조건을 지닌 이들을 환대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6일부터 7월 20일까지 국제 기획전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울인 몸들’, ‘살피는 우리’, ‘다른 몸과 마주보기’라는 세 개의 섹션을 통해, 미술관이 어떻게 다양한 몸들과 만날 수 있을지를 실험한다.
국내외 작가 15팀이 회화, 조각, 건축, 퍼포먼스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장애인의 몸, 노인의 몸, 병든 몸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저항하며,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과 언어, 관계 맺기의 방식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기울인 몸들_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김원영, 정지혜, 보철(물)로서 움직이기-머신,어포던스,케어, 2024, 퍼포먼스. 작가 및 서울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부 ‘기울인 몸들’에서는 구나의 조각 '레드브라운캐비닛…', 김 크리스틴 선의 '일상의 수어', 조영주의 '커튼 속 살' 등 다양한 몸의 감각과 존재를 주체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천경우의 사진 작업은 노년 여성들이 손을 맞잡고 시간을 함께 걷는 장면을 기록하며 공존의 풍경을 담는다.
2부 ‘살피는 우리’는 서로 다른 몸들이 함께하는 방법을 도시, 공간, 언어, 시설 등의 측면에서 살핀다. 휠체어 사용자이자 건축학자인 데이비드 기슨, 수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을 제안한 리처드 도허티, 청각장애인의 감각을 시각화한 김은설의 작업 등이 포함됐다.
3부 ‘다른 몸과 마주보기’는 6월 15일까지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퍼포먼스 및 대담, 강연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김원영과 정지혜, 윤상은, 최태윤과 Yon Natalie Mik, 극단 ‘춤추는 허리’ 등이 참여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몸의 움직임을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기울인 몸들_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천경우,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 2025,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 트립틱 사진과 설치,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원목액자에 디본드와 플렉시글라스 페이스 마운트,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제작지원.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공공 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이 ‘누구에게 열려 있는가’를 실천적으로 되묻는 자리다.
전시장 입구 계단에는 리처드 도허티의 신작 '농인 공간: 입을 맞추는 의자'(2025)가 설치돼 모두가 측면 경사로를 이용하게 했으며, 수어 사용을 염두에 둔 색상 디자인은 국립서울농학교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또한 ‘쉬운 글’ 전시설명, 점자블록, 대화형 음성해설, 휴식 공간, 웹 기반 전시 도록 등 다양한 접근성 장치가 도입됐다. 웹 도록은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작돼 글자 크기, 명암 대비, 음성 안내 등을 지원한다.
도록에는 휠체어 사용자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지우(구르님), 질병과 장애 경험을 서사화하는 문화예술평론가 안희제가 참여해 ‘몸의 관점에서 본 예술’을 글로 풀어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환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이자 실천”이라며, “앞으로도 경계 없는 미술관으로서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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