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어른의 축' 없이 충성 경쟁 한창[워싱턴 리포트]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소 짓고 있다. 2025.02.22.](https://image.newsis.com/2025/02/12/NISI20250212_0000101970_web.jpg?rnd=2025021209493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소 짓고 있다. 2025.02.22.
최근 워싱턴DC에서 만난 한 인사는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주도하는 것을 보고 난장판이라 느꼈다"고 했다. 중동 담당인 위트코프 특사가 소위 말하는 '나와바리(구역)'를 넘어 종전 논의를 주도하는게 트럼프 행정부 실상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위트코프 특사는 최근 자신의 전세기로 러시아를 방문해 미국인 수감자를 데리고 돌아오며 미러 대화 국면의 물꼬를 텄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협상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백악관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따로 있다. 육군 중장,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키스 켈로그 특사로, 지난해 11월 발탁됐다. 이후 나름대로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현재 종전 논의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책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그때 그때 신임하는 참모에게 일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내부에선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인정 받지 못하면 자리를 빼앗긴다.
이러한 내부 사정이 지난 한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유례없는 광폭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대대적 불법이민자 단속 및 추방에 착수했고, 수백년 전통의 출생시민권제도 폐기에 나섰다. 연방정부에 칼날을 들이대 공무원 수만명을 내보냈고 일부 조직은 폐쇄절차를 밟고 있다.
무역 분야에선 마약·불법이민을 이유로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추가관세를 선언했다. 불리한 통상환경을 갈아엎겠다며 부가가치세·환율 등을 비관세장벽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도 관세장벽을 예고했다.
외교 분야도 연일 뜨겁다.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이 가져가겠다고 주장했고, 멕시코와 공유한 멕시코만은 일방적으로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주변국으로 내보내고, 미국이 점거해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침공국인 러시아와 밀착해 우크라이나 종전을 추진 중이다.
1기 행정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제어했던 이른바 ‘어른의 축(axis of adults)’이 존재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참모가 살아남기에 급급해 감히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화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조차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로 전해진다.
계엄령 선포 여파에 아직도 허덕이고 있는 한국도 조만간 '트럼프 스톰'에 노출될 것이란 점은 기정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재임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방위비 인상 지렛대로 사용하고,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철수를 검토하려했으나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 짐 매티스 국방 장관 등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에도 백악관에서 같은 시도가 있다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인사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동맹에 기대기도 어려워 보인다. 브레이크 없는 미국 우선주의 앞에 동맹이란 단어는 큰 의미가 없다.
오랜 우방인 캐나다를 첫 관세의 제물로 삼았고, 이로도 부족해 51번째 주가 되라고 거듭 도발 중이다. 미국이 지난 3년간 합심했던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같은 서방 세력인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손봐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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