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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기쁨은 커녕 불안·초조"…혹시 동굴증후군?

등록 2023.04.04 08:30:00수정 2023.04.04 09: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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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노마스크·야외활동도 증가

대인관계 두려워 일상회복 어려움도

"우선 편한 이부터 만나고 소통해야"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3년 만에 '노 마스크' 외출이 가능해졌고 야외 활동도 늘어났지만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건강한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23.04.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3년 만에 '노 마스크' 외출이 가능해졌고 야외 활동도 늘어났지만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건강한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23.04.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3년 만에 '노 마스크' 외출이 가능해졌고 야외 활동도 늘어났지만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건강한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풍토병을 뜻하는 '엔데믹(Endemic)'과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가 조합된 '엔데믹 블루'를 겪을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심리적·정신적으로 지쳐 일상생활 중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엔데믹 블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환경에 익숙해졌다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다시 대면 생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엔데믹 블루는 ‘고슴도치 딜레마’처럼 멀어져 있을 때는 춥고, 다시 가까워지면 서로를 찌를 수 밖에 없는 사회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사람들 간 거리가 가까워지고 숨겨진 공격성이 증가해 우울, 심한 경우 자해도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대인관계가 어려워 집에 있는 게 오히려 편한 '동굴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갑작스런 모임이나 경조사 등 대면 활동이 늘면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대인관계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에 적응된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며 보호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엔데믹으로 다시 증가하는 대인관계에 적응하려면 가장 편하고 친한 사람들부터 만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화 공포증(콜 포비아)'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화 공포증은 전화 통화 대신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으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점차 전화를 두려워하게 되는 현상이다. 심한 경우 전화가 오기만 해도 가슴 두근 거림, 위장 장애, 숨 가쁨, 입마름, 전신 떨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메신저 사용에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김민섭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한 경우 전화 문의나 상담, 업무상 통화 등도 불가능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 불안감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 공포증을 극복하려면 실제 통화보다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는 상태에서 벗어나고 가족, 친구 등 스스로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전화 통화 연습을 해 자신감을 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전에 전화 통화 시나리오를 적당히 작성해 보는 것도 좋다.

김 교수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피하기 위해 힘겨워하는 것은 '무엇이든 컨트롤 할 수 있고, 컨트롤 해야 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신념 때문"이라면서 "전화로 인한 불안이나 공포는 실재하는 것이 아닌 사적인 감정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인관계에 따른 불안감이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서 병적으로 장시간 지속된다면 불안 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의 소통을 늘려 자신감을 키워보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임 교수는 "낯선 상황에는 조금씩, 천천히 적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면서 "엔데믹 블루로 저하된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가족이나 친구들의 관심과 지지, 작은 성취감을 얻기 위한 운동이나 취미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으로도 회복이 어렵다면 전문 상담사나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다양한 정신질환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청년들의 우울증 극복과 인식 개선을 위해 오는 22일까지 ‘마음을 잇다, 외로움을 잊다’를 슬로건으로 ‘마음의 날 캠페인’을 펼친다. (포스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제공) 2023.04.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다양한 정신질환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청년들의 우울증 극복과 인식 개선을 위해 오는 22일까지 ‘마음을 잇다, 외로움을 잊다’를 슬로건으로 ‘마음의 날 캠페인’을 펼친다. (포스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제공) 2023.04.04. photo@newsis.com.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다양한 정신질환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청년들의 우울증 극복과 인식 개선을 위해 오는 22일까지 ‘마음을 잇다, 외로움을 잊다’를 슬로건으로 ‘마음의 날 캠페인’을 펼친다.

학회는 ‘4라는 숫자는 불운한 숫자’라는 잘못된 편견이 있는 것처럼, 정신질환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4월4일을 '마음의 날'로 지정했다.

김은영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청년 정신건강),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중독),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트라우마)은 오는 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소담상회 네모관에서 우울과 불안으로 힘든 청년들을 위해 ‘우울, 불안, 중독, 트라우마’ 4가지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연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국내외 명화를 통해 마음 회복과 치유를 돕는 전시회 '마음의 미술관'도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에서 열린다. '가곡 콘서트'도 오는 22일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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