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경미한 처벌에…사이버성폭력 3년 새 4.8배 ↑
푸른나무재단,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단편적 성교육·경미한 처벌·AI 기술 발달 등이 원인"
사이버성폭력 피해 학생 65.6% 자살·자해 충동 경험
![[그래픽=뉴시스]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성폭력이 온오프라인의 경계없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되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4/09/09/NISI20240909_0001649897_web.jpg?rnd=20240909164039)
[그래픽=뉴시스]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성폭력이 온오프라인의 경계없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되며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예빈 수습 기자 = 고등학교 1학년인 A양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제작된 성관계 영상물로 협박을 당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보복과 소문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한 A양은 불면증, 우울증 등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이후 학교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 '거짓말 잘하는 가해 학생'으로 몰리며 심리적 위축을 경험했다. 현재 A양은 심각한 수준의 자살 충동을 느끼며 자해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성폭력'이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푸른나무재단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5년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과 사이버성폭력은 2021년에 비해 각각 약 6.4배, 약 4.8배 증가했다.
특히 사이버성폭력 피해 학생의 65.6%가 자살·자해 충동을 느끼며 성폭력 피해 학생(44.8%)과 전체 피해 학생(38.0%)보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지난 1일에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5~2029)'을 발표하고 신·변종 사이버폭력 발생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도 일부 포함했다.
기본계획에는 딥페이크 성범죄 등 디지털 역기능 확산에 기술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단·탐지·예방 기술 개발 관련 R&D 지원 강화, 사이버성폭력 피해 학생 신속 지원을 위한 학교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방심위 간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학생 간 성폭력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로 사이버성폭력 가해가 쉬워진 환경 ▲2차 피해를 우려와 소극적 대처 ▲단편적인 성교육 ▲경미한 처벌과 미비한 사안 처리 절차 등이 꼽힌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과거에는 오프라인상의 성폭력이 주가 되다 보니 성추행·강간 등 아주 심각한 접근이 돼 (학교)폭력 유형 중에서도 낮은 편이었다"며 "(딥페이크 등) 기술이 등장하며 사이버성폭력을 행사하기 쉬워진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학교 시스템상 성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 교사로 근무하는 김모씨는 "한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들의 사진으로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려 했으나 분리 조치가 최대 7일까지 가능했다"며 "분리를 최대한 해도 일주일 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반에서 계속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명확하게 즉각적인 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리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그나마 심각한 처분이 교내 봉사나 정학 수준"이라고 했다.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2차 피해를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소문 때문에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일부 교사가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도 "학부모들이 화를 많이 내는 동시에 되게 조심스러워한다"며 "아이가 알려지길 원치 않아 담임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후에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것을 망설이는 등 2차 피해를 우려한다"고 전했다.
피상적인 성교육을 성폭력과 사이버성폭력 증가 원인으로 짚는 의견도 있었다.
이 대표는 "성교육에서 '좋은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교육해야 하는데 그런 교육은 빠진 상태에서 폭력을 예방하는 것 중심으로 가르친다"며 "'하지 마'보다는 무엇이 좋은 관계고 사람들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등을 충분히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575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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