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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준비 중 위암 날벼락"…모두 이겨낸 '가족 사랑'

등록 2025.05.21 09:18:56수정 2025.05.21 09: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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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수술 준비 중 위암 진단 50대

수술 후 건강 찾고 첫 가족여행 계획 중

신장기증한 남편·미스코리아 딸에 감사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 준비 중 위암을 진단받았던 이보영 환자가 지난 20일 정기 외래진료를 위해 주치의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를 찾았다. 환자는 위암수술과 남편의 신장 기증으로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5.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성모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 준비 중 위암을 진단받았던 이보영 환자가 지난 20일 정기 외래진료를 위해 주치의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를 찾았다. 환자는 위암수술과 남편의 신장 기증으로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5.05.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아이들 크는 동안 아팠던 시간이 많아 여행은 꿈도 못 꿨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어디든 가족 여행을 가보려 합니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 해도 신장 기증은 당연한 일이 아니죠. 남편은 본인이 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준 남편에게 28년 결혼생활 동안 못했던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5월21일은 둘(2)이 결혼해서 하나(1)의 부부로 성장하게 된다는 뜻에서 제정된 '부부의 날'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남편이 기증한 신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은 50대 이보영씨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생애 첫 가족여행을 준비 중이다.

2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씨는 20년 전 갑자기 피곤하고 머리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았고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았다. 치료로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했지만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해 2019년부터 혈액 투석을 시작했다.

이씨는 2021년 선뜻 자신의 한 쪽 신장을 주기로 한 남편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건강검진을 받게 됐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위암이 발견돼 그 해 8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암 수술 후 회복을 기다려야 했다. 건강해 질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며 절망에 빠진 이씨는 가족, 친구와도 연락을 끊고 지냈다. 주치의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가 ‘그래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니, 잘 치료 받고 기다려보자’며 진료를 볼 때 마다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위암 수술 후 2년이 지나 신장이식 수술을 다시 준비하려던 중 이번에는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조직검사 후 결과를 다시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함께 고생하는 남편에게도 미안함이 쌓이는 하루하루가 계속됐다. 다행히 대장암이 아니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이후 이씨는 혈액 투석과 혈액 내 항체를 제거하기 위한 혈장분리교환술을 번갈아 받는 힘든 치료를 견디면서 이식수술을 준비해 지난해 1월 남편의 신장 기증으로 생체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에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았고, 경과도 좋고 건강관리도 잘 되고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들었다. 이씨가 수술 후 매일 근력운동과 2시간씩 걸으며 체력을 키운 덕분이다. 이씨는 최근 혈액투석 전 등산을 했었던 전북 모악산 등산로를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엄마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해냈던 두 딸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큰 딸 김혜진 씨는 2020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진 출신이기도 하다. 이씨는 혈액 투석을 시작해 몸이 많이 아팠던 탓에 다른 엄마들처럼 옆에서 도와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고 한다.

건강 때문에 제대로 된 가족여행을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이씨의 올해 소망은 가족 네 명 모두 시간을 맞춰 어디든지 첫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씨는 “투석 받고 힘들 때는 건강하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건강을 되찾고 나서 가지 못했던 산에도 올라가 보고, 먹고 싶었던 음식도 먹어 볼 수 있어서 건강이 곧 자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치의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님, 수술해 주신 외과 윤상섭 교수님, 장기이식센터 간호사 선생님 등 치료해 주신 서울성모병원 모든 의료진들께 이 기회를 통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수술 전 간절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늘 기도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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