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씨 전 직원, 기밀 유출로 벌금형…법원 "업무상 배임"
CEO 보고자료 등 18건 '내게쓰기' 무단 전송
자료 보관만으로도 배임 성립…법원, 유죄 판단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사진=엔씨소프트)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엔씨소프트 대표 모바일 게임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전직 직원이 퇴사 직전 내부 기밀자료를 외부 이메일로 무단 전송한 혐의로 기소돼 업무상 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았다.
1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양진호 판사는 지난 13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여)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8년 6월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의 대표작 사업실 PD 콘텐츠사업팀에서 콘텐츠 분석, 수익모델(BM) 프로모션 기획, 업데이트 운영 관리 업무 등을 맡았다.
김씨는 지난 2021년 10~11월 성남시 분당구 소재 사무실에서 회사 내부자료 18건을 개인 이메일로 전송했다. 이메일 서비스의 '내게쓰기' 기능을 활용한 자가 전송 방식으로 외부 수신인을 설정하지 않아 보안 시스템 탐지를 피하는 사례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가 전송한 파일에는 '신규 클래스 업데이트 지표', '신서버 오픈 후 유저 성장률', '콘텐츠별 매출 반응', '클래스 분포 현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최고경영자(CEO) 보고용 사업성과 요약자료'였다.
법원은 이들 자료가 '게임 수명주기(PLC)를 관리하고 BM 전략을 설계하는 데 활용되는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직접 작성하거나 참고용으로 갖고 있던 자료를 정리해 보관하려 했을 뿐"이라며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 판사는 "경쟁사 유출이 없었더라도 피고인이 무단 보유한 것만으로도 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취득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퇴사 시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실질적 손해 위험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실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도 업무상 배임죄는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직한 회사는 온라인 방송·교육 서비스 업체로, 경쟁사로의 유출 정황이나 부정한 이익 목적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벌금 미납 시 1일 10만원 기준 노역장 유치도 함께 명령했다. 회사 측은 김씨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렸고 그는 2021년 12월 퇴사했다.
엔씨소프트는 임직원 윤리규정, 상벌규정, 기밀정보 이용 및 취급 지침, 웹메일 사용 금지, 정보보안 및 지시감독 동의서 징구 등 각종 보안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경쟁사 이직이나 금전적 대가 없이 내부 자료를 외부로 전송한 행위만으로 형사 유죄가 선고된 건 게임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한편, 게임업계에서 운영인력의 기밀 유출 정황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드나인'에서는 내부 임직원의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쇼케이스 업데이트 내용이 외부 협력업체 직원을 통해 사전 유출된 정황이 확인돼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절차에 착수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2023년 말 자사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서 업데이트 정보를 사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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