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어린 증언"…505 보안부대 찾은 푸른 눈의 5·18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 "건물서 벌어진 비극, 다음 세대에도 전해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푸른 눈의 5·18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David L. Dolinger·72·한국명 임대운·가운데)가 15일 오후 광주 서구 5·18역사공원 내 505보안부대 옛터에서 지역 창작 그룹 '모이즈'의 5·18사적지 탐방 프로그램 '콘크리트 보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505보안부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붙잡아 모진 고문을 행한 곳이다. 2025.05.14. leeyj2578@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5/NISI20250515_0020811175_web.jpg?rnd=20250515165823)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푸른 눈의 5·18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David L. Dolinger·72·한국명 임대운·가운데)가 15일 오후 광주 서구 5·18역사공원 내 505보안부대 옛터에서 지역 창작 그룹 '모이즈'의 5·18사적지 탐방 프로그램 '콘크리트 보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505보안부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붙잡아 모진 고문을 행한 곳이다. 2025.05.14. leeyj2578@newsis.com
5·18민주화운동 45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
5·18 당시 시민들을 잡아들여 무자비하게 고문했던 505보안부대 옛터가 남아있는 공원에서 '푸른 눈의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David L. Dolinger·72·한국명 임대운)는 "고통 어린 증언들이 되살아난다"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데이비드 돌린저는 이날 지역 창작 집단 '모이즈'의 5·18 사적지 탐방 프로그램 '콘크리트 보이스' 참여 차원에서 505보안부대를 방문했다. 프로그램은 의인화된 건물이 자신이 품고 있는 역사를 헤드폰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헤드폰 속 안내를 받으며 보안부대 마당, 이발소, 식당, 본관을 차례로 찾은 그는 곳곳에 서린 군사정권의 잔재를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5·18 당시 숨진 시민들을 부검하는 검시관들을 재현한 나래이션이 깔리자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총상 사망자들을 분류하는 대화가 적나라하게 재현되자 동요한 듯 입술을 오므리고 깨물었다.
구금된 시민들에 대한 모진 고문이 가해졌던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는 45년 전 광주에서 겪은 기억이 스친 듯 한숨을 내몰아 쉬었다. 헤드폰 속 나래이션이 모두 끝난 뒤에는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지었지만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
1시간여 진행된 프로그램을 마친 그는 답답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여전히 고통이 서린 공간"이라며 건물과 의미를 보존해 45년 전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오는 공간이지만 5·18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군사정권에 고문당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들었던 고통 어린 증언들이 다시 떠오른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45년 전 광주 거리에서 죽어있던 시민들도 떠오른다. 무자비한 공간이 오늘날 버려지고 있다는 점은 5·18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며 "505보안대는 여전히 고통이 서린 공간이다. 건물만 보존할 게 아니라 안에서 벌어진 비극을 다음 세대에도 널리 전할 수 있고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남지역 군 정보기관이었던 505보안부대는 1977년부터 2003년까지 쌍촌동에 자리잡고 있었다. 505보안부대는 5·18 전후 지역 민주인사와 학생운동지도부, 시민군 등을 체포해 지하에 감금하고 고문수사를 자행했다. 5·18진실을 은폐하고 왜곡·조작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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