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압 반대로 고초' 안병하 치안감 유족, 국가 손배 2심도 승소
안 치안감 아들 "부당 명령 불복종에 불이익…12·3 계엄 되풀이"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했다가 신군부로부터 고초를 겪은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유족들이 국가에 낸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도 승소했다.
광주고법 제1민사부(고법판사 이의영·조수민·정재우)는 15일 401호 법정에서 안 치안감의 유족(배우자·아들 3명)이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유지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국가의 항소를 기각, 안 치안감의 유족 측인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안 치안감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상속분에 따라 배우자와 장남에게 7500만원씩, 나머지 두 아들에게는 50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안 치안감은 전남도 경찰국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경찰관들에게 평화적 시위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총기 무장을 금하며 과잉 진압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하는 등 유혈사태 확산 방지에 노력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26일 시위 진압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돼 대기 발령 상태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강제 연행됐다.
고 안 치안감은 8일간 불법 구금돼 고초를 겪다가 풀려나면서 의원 면직됐으며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 등을 겪었다. 고 안 치안감은 담낭염·당뇨·신부전증 등 고문 후유증으로 8년간 투병하다 1988년 세상을 떠났다.
앞선 1심은 "안 치안감은 당시 군인 등 국가 소속 공무원들로부터 강제 연행, 불법 구금, 폭행, 고문 등 가혹 행위와 의원 면직 형식의 강제 해직 등과 같은 불법 행위를 당했다. 고 안 치안감과 유족인 원고들이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 상 명백하다"고 봤다.
다만 "가족들이 가진 고유한 위자료 채권을 행사하는 데 그동안 법률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권리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안 치안감이 입은 정신적 손해는 인정, 그 위자료를 유족에게 상속분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선고 이후 안 치안감의 아들 안호재씨는 "1980년 계엄 당시 시민 학살에 앞장선 신군부 세력은 처벌이 안 되고, 부친처럼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지휘관에게는 그대로 불이익이 주어졌다"며 입을 뗐다.
이어 "결국 44년 지나 지난해 12·3 계엄 당시 군인들이 부당한 명령에 따르게 되는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찰에게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는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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