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데드라인은 ‘2035’ 아니라 ‘2030’ [강원랜드 25주년 과제는②]
강원랜드 ‘K-HIT 프로젝트’…2035년 완공? 그땐 이미 끝났다
“랜드마크는 지었지만, 고객은 없다. 진짜 데드라인은 2030년”

오는 2035년 완공 예정인 하이원 그랜드 돔의 미디어 웰 조감도.(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선=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랜드의 승부처는 2035년이 아니다. 2030년에 이미 게임은 끝난다.”
2조 5000억원 규모,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도약하겠다며 야심차게 지난달 25일 발표한 강원랜드의 ‘K-HIT 프로젝트’.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 계획을 두고 “기차 떠난 뒤 손드는 격”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겉으로는 화려하다. 하이원 그랜드 돔, 대규모 쇼핑단지, 스포츠 파크와 웰니스 리조트까지.
그러나 본질은 가려져 있다. 이 프로젝트는 강원랜드의 미래를 위한 승부수로 K-HIT를 ‘베팅’을 하지만 이는 현실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가 전문 용역업체에 18억원을 들여 1년간 진행한 프로젝트 용역결과는 전문성이 덧씌워졌겠지만 10년 장기 프로젝트로 연장되면서 타당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35년 완공? 그때는 이미 고객이 떠난 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4일,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 바다를 매립한 인공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IR)가 착공식이 열렸다.
카지노는 물론 호텔, 쇼핑몰, MICE 센터, 테마파크, 대규모 공연장까지 모두 한 공간에 들어선다. 이 시설은 2030년 6월~10월 개장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강원랜드를 찾던 핵심 고객들은 과연 오사카와 강원랜드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한국카지노관광협회는 오사카 IR이 문을 열 경우, 강원랜드 이용객의 70% 이상이 이탈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로 인한 연간 외화 유출은 2025년 기준, 2조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사카 IR은 인천과 김포 및 김해에서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어 한국인 고객의 대거 유출은 불가피하다.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고문은 “강원랜드가 타격을 입는 시점은 2035년이 아니라 2030년”이라며 “그때는 이미 고객은 사라졌고, 생존을 논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2035년 완공 예정인 랜드마크 존. 높이가 100m이상이다.(사진=강원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돔’ 짓는 동안, 시스템은 요지부동?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핵심은 고객감동과 환호를 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금 강원랜드가 고객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건물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
입장 추첨제(ARS), 제한된 출입일(월 최대 15일), 낮은 베팅 한도(30만원), 부족한 콘텐츠와 불친절한 서비스. 이런 ‘소프트웨어의 실패’가 고객 이탈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아무리 특별한 돔이나 시설을 만들어도,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문제의 본질 해결이 먼저”라고 말했다.
“쇼는 좋지만, 정작 쇼를 볼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인가? 고객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복합리조트’는 건물이 아니다
하지만 강원랜드의 현실은 여전히 ‘출입제한 도박장’에 머물고 있다. 진짜 복합리조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시스템 혁신이다.
강원랜드에게 필요한 것은 ▲고객 친화적 시스템 ▲자유로운 출입과 베팅 환경 ▲다양한 게임과 문화 콘텐츠 ▲숙박·엔터테인먼트·쇼핑이 결합된 관광 플랫폼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서비스 퀄리티다.
이 중 어느 하나도 강원랜드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시설 확장만으로 IR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K-HIT는 생존 전략인가, 자기 위안인가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규제 시스템, 고립된 운영, 서비스 부재가 지속된다면 그 투자는 고객이 아닌 시설만 남는 고립섬을 만들 뿐이다.
정부가 ‘K-HIT’를 복합리조트 육성 정책의 일부로 판단하고 있다면, 그보다 먼저 ‘공공 카지노’로서의 근본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처럼 “건물 짓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은, 미래를 담보로 한 위험한 '베팅'일 수 있다.
강원랜드는 아직 핵심 사업의 경우 착공조차 못했다. 2035년 완공은 ‘이상적 목표’일 뿐, 실현 여부도 미지수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르고 있다.
2030년, 오사카 IR이 문을 열면 한국 카지노 산업, 특히 강원랜드는 그 순간부터 ‘판’이 바뀐다.
고객은 예민하게 움직이고, 돈도 따라간다. 그때 강원랜드가 지금의 구조로 남아 있다면, 2035년은 ‘완공’이 아니라 ‘종말’의 시점이다.

마카오 코타이 지구의 카지노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 강원랜드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2030년 고객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아무리 웅장한 돔을 지어도 그건 결국,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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