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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 말만 듣고 따라 움직이는 트럼프"-NYT[우크라戰 3년]

등록 2025.02.21 09:42:22수정 2025.02.21 10: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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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안한 독재자" 젤렌스키에 대한 러 공격

우크라에 친러 지도자 세우려는 의도 분명

트럼프 "러 요구 아닌 나의 요구"로 재포장

[팜비치(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1기 때도 각국 독재자들 말만 듣고 처신한 일이 여러번이다. 2025.2.21.

[팜비치(미 플로리다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1기 때도 각국 독재자들 말만 듣고 처신한 일이 여러번이다. 2025.2.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로 비난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가 독재자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 시민 오토 웜비어를 고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는다고 한 사례 등을 지적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허위 주장을 폈던 트럼프가 20일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젤렌스키를 가리켜 “선거를 거치지 않은 독재자”라고 썼다.

러 메드베데프 부의장 "미국 입장 변화 상상도 못했다"

그러자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X에 올린 글에서 “200% 동의한다”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상상도 못했다. 3개월 전 미국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1기 임기 때도 참모들과 정보기관의 분석을 거슬러 다른 나라 독재자들을 편든 경우가 많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에르도안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했으며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것을 용인했다.

당시 쿠르드족은 이슬람국가(IS) 공격 작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었다.

또 2018년,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암살됐을 때도 트럼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범행을 몰랐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2019년에는 김정은이 미국 시민 오토 웜비어를 억류해 가혹하게 대한 사건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웜비어는 북한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채 석방된 직후 숨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이 트럼프가 푸틴을 오래도록 칭찬한 일이다.

미 법무부가 2018년 러시아 군정보국(GRU) 소속 12명을 민주당 이메일 해킹 혐의로 기소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공작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과 2시간 비공개회담한 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는 푸틴 대통령을 신뢰한다. 그는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가 그랬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미 정보기관보다 푸틴의 말을 더 믿는 듯하자 공화당 인사들조차 강력히 반발했다.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원 정보위원회가 초당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시도를 벌였다”고 판정했다.

트럼프 1기 시절 특검 수사, 대러 강경파 당국자들, 러시아 제재 에 대한 초당적 지지로 인해 트럼프는 친 러시아 정책을 펴기가 어려웠다.

2기 들어 의회 등 견제 사라지며 친러 행보 가속화

그러나 2기 들어 견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트럼프가 친러 행보를 가속화해 유럽 동맹국과 우크라이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유럽은 푸틴이 오래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무너트려 미국과 유럽 사이의 동맹을 파괴하려 시도해온 점을 우려한다.

트럼프가 곧 있을 푸틴과 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에 대해 걱정이 큰 것이다.

트럼프는 푸틴과 전화 통화한 지 일주일 만에 젤렌스키에 대한 푸틴의 공격을 그대로 따라했다. 푸틴이 통화에서 했던 발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푸틴의 주장을 단순히 지지하는 것을 넘어, 아예 자신의 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요구하는 것이 “러시아의 요구가 아니다. 이건 나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의 정당성과 차기 선거 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평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거나 젤렌스키를 협상에서 배제할 구실을 만드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가 이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킨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독일 외교협회 러시아 전문가 슈테판 마이스터는 “젤렌스키에 대한 허위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붕괴시키려는 도구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허위 정보 요소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 지도자를 세우려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창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유권자인 병사들이 최전선에 배치돼 전투하면서 투표소를 찾기가 어렵고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면 큰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미 공화당 의원들 일부도 전쟁 중 혹은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크라이나에 선거를 요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공정한 선거를 말살하고 법을 바꿔가며 임기 제한을 무시한 채 권력을 계속 장악해온 푸틴 대신 젤렌스키를 압박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이 X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요구하는 러시아를 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새겨야 한다. 푸틴은 모든 정치적 경쟁자를 살해하거나 추방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공화당 하원의원도 X에 올린 글에서 “선거를 원한다고? 그러면 당신 나라에서 먼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보는 게 어떤가”라고 썼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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