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분·실리 다 잃은 교육부…더 내놓으라는 의료계
![[기자수첩]명분·실리 다 잃은 교육부…더 내놓으라는 의료계](https://image.newsis.com/2025/04/21/NISI20250421_0001822957_web.jpg?rnd=20250421122010)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3058명. 지난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규모다. 한 달여 전 의대생 전원이 복귀해야 증원을 동결하겠다는 원칙은 수업 참여율 25.9%에 또다시 무너졌다. 망설이는 '샤이 의대생'들을 교실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는 이주호 사회부총리의 결단이다.
'백기투항'하겠다는 결단이다.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를 바탕으로 매년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방향성을 잃었다. 지난해 애초 목표보다 적은 1509명을 더 뽑는 데 그치더니 내년도 의대 규모는 '증원 0명'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총리는 정원만 늘리고 교육이 멈추면 의대 증원 효과가 없다며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교육부 장관'의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사회부총리'의 역할을 포기한 듯 의료개혁을 위해 지난 1년간 고통과 희생을 감내한 환자들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울분에는 귀를 닫았다.
결국 달라지는 것 없이 혼란의 기억만 남았다.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의대생과 의료계의 강경 목소리가 커진 것을 볼 때 혼란은 현재진행형이기까지 하다. 올해 의대 증원분인 1509명만큼 덜 뽑아야 한다는 '감축론'과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나를 내주니 더 달라고 떼쓰는 꼴이다.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의료계 강경파 목소리는 더욱 커졌는데, 이 부총리는 낙관에 기대고 있는 듯하다. 의대생들은 제적을 피하기 위해 등록만 해놓고 '수업 거부'로 투쟁 중인데, 이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전원 복귀할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의료·보건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반대 목소리도 새기지 않은 모습이다. 복지부는 전원 복귀해야 증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부 스스로 깨면 의료개혁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 부총리는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도로 아미타불이 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답은, 스스로 짊어진 책임의 무게만큼 뚜렷하진 않다.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을 거둬들이는 과정에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 이대로라면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은 현장의 혼란만으로만 기억될 것이 자명하다.
마냥 없던 일로 하기에는 사회가 받은 상처가 크고, 이 경우 다시 시작될 의료 개혁 논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이 장관에게 현 상황을 타파할 묘수가 있기를 바란다. 이 장관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라는 직함과 어울리는 업적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면 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