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통장에 '잠시 머무는' 월급, 갑자기 2회로 나눠 준다고?"[직장인 완생]

등록 2025.04.12 09:00:00수정 2025.04.12 10:14: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근로자 동의 받지 않고 강행 시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 있어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서 매달 25일 월급을 받고 있는 A씨. 25일 들어온 월급은 대부분 월세 및 대출 상환으로 곧바로 빠져나간다. '통장을 스쳐지나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얼마 전 회사 내부에서 월급을 두 번으로 나눠 지급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듣게 됐다. 당장 분할 지급이 현실이 되면 돈 관리에 큰 타격이 생길 모양이다. 최근 회사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이처럼 운영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A씨다.

국내에선 월급 분할 지급은 생소한 형태다. 반면 미국의 경우 격주로 급여를 주는 제도가 비교적 활성화된 상태다. 사업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비용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도 가사관리사의 요청에 따라 지급방식을 1회 또는 2회 중 고를 수 있게 선택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사례다. 당초 입사부터 25일 지급을 원칙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재정 상황의 악화로 갑작스레 지급 기준을 바꾸게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의 가능성이 있다.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에 따로 규정이 있다면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 있다.

해당 법은 급여 지급일을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지급일을 바꾸거나, A씨 사례처럼 분할 지급을 하기 위해선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취업규칙 내용을 바꾸려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의견을 듣는 것일 뿐, 근로자 측에서 분할 지급을 거부한다고 해도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 고용부에 신고를 했다면 변경 효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이 같은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판단되는 경우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가 없다면 유효하지 않다.

분할 지급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사안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취업규칙보다 우위에 있는 단체협약에 '매월 1회 지급'을 규정했다면 이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단체협약은 사업장 내 최상위 규범이다. 즉 A씨의 회사가 단체협약과 다른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분할 지급 방식으로 강행할 경우 법 위반의 여지가 생긴다.

사업주 입장에선 악화된 재정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일 수 있으나, A씨처럼 근로자에게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근로자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협의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