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정 청탁으로 뽑힌 SR 직원들, 근로계약 취소"…이유는?[법대로]
인사 청탁받고 부정 채용…유죄 확정
法 "원고, 착오로 의사표시 취소 가능"
"원고 의사표시 피고에 도달…적법 취소"
![[서울=뉴시스] 수서고속철도(SR)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에게 청탁해 부정 채용된 직원들의 근로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2025.03.15.](https://image.newsis.com/2025/01/31/NISI20250131_0020678446_web.jpg?rnd=20250131102903)
[서울=뉴시스] 수서고속철도(SR)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에게 청탁해 부정 채용된 직원들의 근로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2025.03.15.
SR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 등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SR 신입·경력직 공개 채용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11~12월 채용 절차에 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면서 해당 부정 채용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영업본부장 겸 상임이사였던 김모씨는 지인의 인사 청탁을 받고 자신의 지위를 남용, 2016년 신입·경력직 공채 과정에서 당시 인사팀장 박모씨에게 합격 인원과 평가 순위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박씨는 임원진들로부터 지인과 친인척을 합격시키라는 지침을 받고 평가 점수나 면접 점수 조작 등의 방법으로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노조위원장도 뒷돈을 받고 채용 비리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노조위원장 이모씨는 지인 등 11명으로부터 "자녀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부정 채용을 돕는 대가로 1억230만원을 받아 챙겼다.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서류 점수가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하면 상위 득점자들을 고의로 탈락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청탁받은 지원자들을 부정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법으로 상위 득점자를 탈락시켜 105명의 지원자가 부당하게 불합격된 것으로 조사됐다.
SR은 피고들에 대해 원고의 인사 규정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발견된 경우'를 이유로 직권면직 처분을 했으나, 관련 행정 소송에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효로 판단돼 확정됐다. 이후 SR은 이번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당시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지난 1월 24일 SR이 부정 채용된 근로자 9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근로자 지위가 있지 않음이 인정된 2명의 항소를 기각하고, 추가로 피고 6명에 대해서도 근로자 지위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른 1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앞서 1심은 피고 9명 중 2명만 근로자 지위가 없다고 봤지만, 2심은 1명을 제외한 8명의 근로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법률 행위 내용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는 원고가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은 피고들이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쳐 최종 합격자로 선발됐음을 당연한 전제로 해 체결된 것"이라며 "지원자가 부정행위를 했다면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도 이 사건 채용 절차에서의 합격은 무효가 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채 피고들을 최종합격자로 선발하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원고는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됐다'는 착오에 빠져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와 피고 8명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피고들에게 도달함으로써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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