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민간인 도청' 박근혜정부 국정원 수사관들, 2심서 무죄

등록 2025.03.12 14:35:53수정 2025.03.12 15:04: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캠핑장 녹음장치 설치해 민간인 도청 혐의

반국가단체 조사하던 중 무작위 대화 녹음

1심 "미필적 고의"…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2심 "공소사실 확신 못해"…1심 파기, 무죄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21년 4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1.04.0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21년 4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1.04.01.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으로 녹음장치를 설치하고 민간인을 도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들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최은정·이예슬)는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수사관 A씨 등 4명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타인 간의 대화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녹음했다는 이유로 기소됐고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피고인들이 불복해 항소를 한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총화 당일 피고인 A씨와 제보자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가 가장 핵심 쟁점"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유죄의 증거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유일한 증거인 제보자의 진술이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을 확신하게 할 증명력 가진 증거라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A씨 등은 지난 2015년 8월께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에서 비밀녹음장치를 이용해 민간인들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한 대학교 학생조직에서 활동했던 제보자를 통해 반국가조직으로 추정되는 단체 관련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 과정에서 녹음에 동의한 제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민간인들의 대화도 몰래 녹음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 등이 다른 사람의 대화를 감청하고도 법원으로부터 사전·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긴급 감청에 따른 사후 허가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A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대화 녹음은 제보자의 적극적·자발적 의사에 의해 이뤄졌고 제보자 요청에 따라 녹음장치를 설치해 줬을 뿐 대화녹음의 주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 등이 제보자에게 녹음장치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주도적으로 녹음 계획을 실행했다며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각 징역 6~10월 및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녹음장치가 무작위로 타인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녹음 장치를 설치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은 타인 간 사적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써, 직무 특성상 이런 위법행위를 조심해야 하는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이나 실수에 의한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녹음 자체가 사적 이익이나 위법하게 수사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조직이 존재한다고 판단해 실체를 파악할 목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zy@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