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유사 장기로 미래 팬데믹 막는다
IBS 연구소·유전체 연구단 공동 연구진 연구 결과
박쥐 유래 장기 오가노이드 구축…2차원 배양 개량
바이러스 증식·전파 특성 규명 선제 대응 속도낼 듯
![[서울=뉴시스] 이주영 수습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유전체 교정 연구단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주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이 박쥐 유사장기(오가노이드)를 설명하는 모습. 2025.05.14. zoo@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4/NISI20250514_0001842362_web.jpg?rnd=20250514161058)
[서울=뉴시스] 이주영 수습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유전체 교정 연구단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주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이 박쥐 유사장기(오가노이드)를 설명하는 모습. 2025.05.14. zo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은비 이주영 수습 기자 = 국내 연구진들이 신·변종 바이러스와 미래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박쥐 유사장기(오가노이드) 구축에 성공했다. 전 세계 감염병 연구자들에게 표준화된 박쥐 모델을 제공하는 바이오뱅크를 갖춰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장과 구본경 유전체 교정연구단장 공동 연구진이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유래한 장기 오가노이드를 구축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오가노이드는 성체와 배아 줄기세포를 실험실 환경에서 분화해 장기의 세포 구성과 기능을 모방한 3차원의 장기유사체다. 감염병의 약 75%는 동물로부터 유래한다. 그 중에서 치명적인 건 박쥐다. 지구상 존재하는 포유류의 약 20%가 박쥐로 설치류(40%) 다음으로 많다.

박쥐는 사스코로나-2, 메르스코로나, 에볼라, 니파 등 다수의 고위험 인수공통바이러스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인수공통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사이를 오가며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이로 인해 박쥐 유래 바이러스 증식·전파 특성을 빠른 시일내 규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연구 필요성이 강조되지만 현재 박쥐 유래 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생체 모델이 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기존 생체 모델 대부분은 일반 세포주 또는 열대 과일박쥐 일부 종에서 얻은 단일 장기 조직 오가노이드에 한정돼 있다. 다양한 박쥐 종과 조직 특성을 반영한 생체 모델은 없는 상황이다. IBS 연구진은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 유럽에 서식하는 식충성 박쥐인 애기박쥐과, 관박쥐과 박쥐 5종으로부터 기도, 폐, 신장, 소장의 다조직 오가노이드 생체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진은 박쥐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코로나, 인플루엔자, 한타 등 고위험 바이러스들이 특정 박쥐 종과 장기에서만 감염되거나 증식하는 경향성을 확인했다. 특히 한타 바이러스의 경우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에서 증식이 두드러졌다.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가 한타 바이러스 감염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감염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또 동일한 바이러스라도 박쥐 종이나 감염 장기에 따라 면역 반응 강도와 양상이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매커니즘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박쥐 오가노이드가 바이러스와 면역 상호 작용을 규명하는 중요한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 3차원 박쥐 오가노이드를 2차원 배양 방식으로 개량한 것도 특징이다. 3차원 오가노이드는 모양과 크기가 균일하지 않아 자동화된 실험이 어렵고 분석과 평가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2차원 플랫폼은 오가노이드 유래 세포를 편평한 배양판에 펼쳐 균일한 세포층을 형성하고 있어 실험이 용이하고 분석이 빠르다. 이를 통해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 기존 세포주 시스템보다 감염 억제 효과를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오가노이드 바이오뱅크 구축으로 국제적인 공동연구와 협력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향후 박쥐 뿐만 아니라 20종 이상의 동물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현준 선임연구원은 "이번 플랫폼으로 그동안 세포주 기반 모델로는 어려웠던 바이러스 분리, 감염 분석, 약물 반응 평가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자연 숙주에 가까운 환경에서 병원체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염병 대응 연구의 정밀성과 실효성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번에 구축한 박쥐 오가노이드는 글로벌 감염병 연구자들에게 표준화된 박쥐 모델을 제공하는 바이오뱅크 자원으로 중요한 의미"라며 "박쥐 유래 신·변종 바이러스 감시, 팬데믹 대비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z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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