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죽음, 죽음"…트럼프, 정상회담서 '남아공 백인학살' 추궁
'보어인을 죽여라' 영상 앞세운 트럼프
![[워싱턴=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농부 집단 학살 의혹 관련 준비한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2025.05.21.](https://image.newsis.com/2025/05/22/NISI20250522_0000357130_web.jpg?rnd=20250522074129)
[워싱턴=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농부 집단 학살 의혹 관련 준비한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2025.05.21.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공개적으로 추궁했다.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양국의 정상회담은 당초 무역관계 재설정이 주요 의제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조명을 낮춘 뒤 직접 준비한 영상 상영을 지시하며 회담 분위기를 급변시켰다.
영상에는 남아공의 급진 좌파 정당 경제자유전사(EFF)의 줄리어스 말레마 대표가 "보어인을 죽여라"라고 외치는 장면과, 도로 옆에 세워진 수많은 하얀 십자가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십자가들이 "살해된 백인 농민들을 추모하는 묘지"라고 주장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해당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정면을 응시하며 간헐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봤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선을 화면에서 떼지 않았다.
영상이 끝난 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저 장면이 어디서 촬영됐는지 들으셨나. 본 적이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이라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백인 희생자 관련 기사 인쇄물을 넘기며 "죽음, 죽음, 죽음(death, death, death)"이라고도 언급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 같은 트럼프 주장에 "우리에겐 분명 농촌 치안 문제는 있다"며 "그러나 폭력은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발생하며 대다수 피해자는 흑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백인 농민을 조직적으로 박해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아프리카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다. 나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하며 라마포사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최근 남아공의 토지몰수 법안에 대해서는 "백인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법안은 극히 제한된 경우에 한해 정부가 보상 없이 토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남아공 정부는 "아파르트헤이트 시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2017년 기준 백인은 남아공 인구의 약 7%에 불과하지만 전체 농지의 75%를 소유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회담 중 영상이 상영되는 모습. 2025.05.21.](https://image.newsis.com/2025/05/22/NISI20250522_0000357362_web.jpg?rnd=20250522074037)
[워싱턴=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회담 중 영상이 상영되는 모습. 2025.05.21.
회담에는 남아공 출신 백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 역할을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배석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X(엑스·옛 트위터)에 "남아공에서 백인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남아공에서 자사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흑인이 아니라는 이유"라고 주장했지만, 남아공 정부는 "스타링크 측이 정식 면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는 때때로 유머로 긴장감이 완화되는 모습도 나왔다.
회담 초 트럼프 대통령은 라마포사를 "진정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 소개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논란이 있다"고 말하자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리 모두 그렇지 않냐"며 웃어넘겼다.
또 트럼프가 카타르로부터 4억달러 상당의 비행기를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하려는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라마포사 대통령은 "드릴 비행기가 없어 유감"이라며 농담을 건넸고, 트럼프도 "정말 아쉽다"고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남아공 골프장을 담은 화보집을 선물했고 남아공 대표단에는 골프 선수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라마포사 대통령은 "회의는 잘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말을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신들은 오늘 큰 드라마를 기대했겠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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