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게만 무한한 인내심 발휘"-WP
푸틴 완고함 때문에 전쟁 끝나지 않는 걸 외면
2시간 통화 진전 없어도 "러-우 즉시 협상" 강조
"지렛대 없이 성공 불가능" 협상 원칙 거듭 외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5.20.](https://image.newsis.com/2025/05/20/NISI20250520_0000352763_web.jpg?rnd=20250520072736)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5.2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인내하지 않지만 유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맥스 부트 WP 칼럼니스트는 “푸틴이 트럼프를 농락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인식도 하지 못하는 듯하다”(Putin is stringing Trump along, and Trump doesn’t seem to realize it)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같이 지적했다. 다음은 칼럼 요약.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의 노력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다.
지난 3월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가 제안한 30일 휴전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푸틴은 그렇지 않았다.
푸틴 근본 원인 해결 안됐다며 전쟁 지속 밝혀
‘근본 원인’이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러시아의 광범위한 전쟁 목표를 의미하는 암호 같은 말이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 제한, 최소 4개 우크라이나 주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통제권이 포함된다.
지난 3월30일, 트럼프는 푸틴에게 “매우 화가 났다”며 러시아 석유 수출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미 50일이 지났음에도 추가 제재가 시행될 기미는 전혀 없다.
19일 트럼프가 푸틴과 2시간 통화했다. 별 진전은 없었다.
러시아는 종전 의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즉시 휴전 협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은 벽에 부닥쳤다.
러 협상대표 "전쟁 영원히 지속"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 트럼프라면 러시아의 완고한 태도에 분노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질책했던 것과 달리 푸틴을 꾸짖기는커녕, 푸틴과 통화가 “매우 잘 됐다”고 주장했다.
트루스 소셜에 “대화의 어조와 분위기가 훌륭했다”고 쓴 뒤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와의 “대규모 무역” 가능성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가 푸틴이 전쟁을 계속하려 하기 때문임을 외면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전투를 멈춘다면, 파괴될 것이다. 반대로 러시아가 전투를 멈추면 전쟁은 끝난다.
러가 멈추면 전쟁은 바로 끝나는데…
만약 트럼프가 푸틴을, 자기 뜻을 거스른 다른 모든 이들과 똑같이 대할 의지만 있었다면, 전쟁을 끝내는 일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정말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싶다면, 러시아를 압박하는 세 가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첫째, 유럽 국가들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 3000억 달러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압박했어야 하고, 둘째,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제재해 러시아 경제를 마비시켜야 했으며, 셋째,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모든 군수품을 무제한 제공하거나 판매하겠다고 약속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푸틴에게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함으로써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푸틴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전쟁을 계속할 생각이다. 90만 명의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전장이 교착됐음에도 말이다.
우크라 러 공격 효과적으로 저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올 봄 공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 자체 방위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낙관하는 근거다.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 생산은 전쟁 첫해인 2022년 10억 달러에서 올해 350억 달러로 폭증했다. 러시아가 무기 생산시설을 계속 미사일 공격하는 속에서 이룬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드론을 200만 대 이상 생산하고 올해 450만대를 생산을 목표로 하는 등 거의 완전하게 자급자족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최전선 무기의 약 4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유럽으로부터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국은 특히 정보 제공과 방공탄약 지원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가 거의 매일 밤 공습하는데도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갈수록 미국의 지원이 중단돼도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의 종전 중재가 실패해도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칭 세계적 협상가라는 트럼프의 허세는 분명 깨진다.
러시아의 완강한 태도 앞에서 트럼프는 협상의 기본 원칙을 계속해서 어기고 있다.
협상은 지렛대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푸틴은 트럼프를 바보처럼 다루고 있는데, 트럼프는 그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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