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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구경하며 커피?…'인간 동물원' 논란 불러온 기업인

등록 2025.05.09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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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수와디 푼빠닛이 올린 사진. (사진=SCMP) 2025.5.8 *재판매 및 DB 금지

[뉴시스] 수와디 푼빠닛이 올린 사진. (사진=SCMP) 2025.5.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태국의 기업인 겸 정당 관계자가 공장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카페에서 음식을 즐기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해 현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태국 치앙마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타이쌍타이당(Thai Sang Thai Party) 소속 당원이자 톤부리헬스케어그룹(Thonburi Healthcare Group) 전무이사인 수와디 푼빠닛(Suwadee Puntpanich)은 지난달 23일 11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논란이 된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은 '옌.CNX(Yen.CNX)'라는 유명 카페에서 촬영된 것으로, 사진 속에서 수와디는 테이블 위에 놓인 음료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미소를 짓고 있다. 수와디는 이전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명품 쇼핑, 골프, 해외 여행 등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과시하는 게시물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는 수와디의 뒤쪽 통유리창 너머로 담배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담뱃잎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이 함께 찍혔다.

수와디는 이 게시물에서 "이 카페는 담뱃잎 분류 공장의 일부를 커피숍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5만3000건 이상의 반응과 1만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고, 이중 상당수는 빈곤층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일부 누리꾼은 해당 카페의 설정 자체를 "인간 동물원" 같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유리창이 계층을 나눈다. 부유한 사람은 에어컨이 나오는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들의 오락거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와디는 댓글을 통해 비판에 반박하며 "인간 동물원이라는 표현은 얕은 사고에서 나온 것이며, 공장 노동자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녀는 자신의 할머니도 과거 담뱃잎을 분류하는 일을 했으며, 공장의 풍경은 어릴 적 공장에서 뛰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카페 '옌.CNX' 측도 자사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장은 카페 운영자의 가족이 대대로 운영해온 곳이며, 일부 공간을 카페로 개조하고 유리창을 설치한 것은 귀중한 직업적 역사와 이야기를 전달하고, 모든 노동자의 존엄을 존중하기 위한 배움의 장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동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으며, 쇼를 위해 고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 같은 해명에도 납득하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사람들에게 관찰당하고, 사진이 찍혀 온라인에 퍼지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이들이 공연자가 아니라 실제 노동자였다는 점에서 더 잔혹하다. 생계를 위해 편안함뿐 아니라 존엄성까지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노동자들이 단지 배경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방문객과 직원들이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태국은 2021년 기준 소득 지니계수가 0.433에 달해 매우 심각한 빈부 격차를 보이는 나라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태국의 공장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 약 350바트(약 1만4800원)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rcman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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