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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태원 회장, 브리핑 깜짝 등장…아쉬운 '10분 소통'

등록 2025.05.07 16:00:00수정 2025.05.07 1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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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지용 산업부 기자. 2025.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용 산업부 기자. 2025.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고객들과 국민들께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SK 경영진 모두 뼈아프게 반성합니다."

7일 오전 10시. 최태원 회장이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SK텔레콤 '데일리 브리핑' 현장에 깜짝 등장했다. 전 국민의 골칫거리가 된 SK텔레콤 해킹 사고에 대해 총수가 직접 사과하기 위해 예고 없이 브리핑 현장을 찾은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SK그룹 전 계열사를 상대로 보안 체계를 정밀 점검하고,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해킹 사고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내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일관했다.

해킹 사고의 파장이 계속 커지는 시점에,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사태 해결과 고객 신뢰 회복을 강한 의지로 밝힌 것은 SK그룹 특유의 유연한 조직 문화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SK그룹이 이번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고객과의 소통이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데일리 브리핑도 계속 하고, 총수 사과까지 하는데도 여론은 뭔가 뜨뜻미지근하다는 태도다.

단적으로 이날 최 회장이 발표한 3분 분량의 사과문이 과연 적정했느냐는 논란이 들린다. 최 회장은 19개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을 냈는데, 하나같이 쉽고, 간결하고, 명료한 내용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와닿지 않는 사과문이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 사과문은 이후 최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단 3개만 받고 자리를 떠난, 형식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질의응답과도 맞물린다.

최 회장은 기자들로부터 유심 교체를 했느냐는 질문과 정보보호혁신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질문, 해지가입자의 위약금 면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한 뒤 브리핑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당시 10여명의 기자들이 최 회장에게 네번째 질문을 하려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최 회장이 브리핑장에 등장해 사과문을 읽고, 질문 3개에 답한 뒤 브리핑장을 떠나기까지 단 10여분이 걸렸다.

이날 브리핑 사회자는 "시간 관계상 많은 질문을 받지 못한다"고 전했지만, 기자는 현 시점에서 해킹 사고에 대한 해명과 향후 수습책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 회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언급했지만, 이날 브리핑 소통이야말로 정작 '절반의 소통'에 그쳤다는 목소리다.

최 회장은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청문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과방위는 청문회 증인으로 최 회장을 택했지만 최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대비한 행사 때문에 부득이하게 출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날 브리핑의 깜짝 등장이 좀 더 시간 여유를 갖고, 조금만 더 길게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때로는 추가 10분이 10시간보다 더 절실하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기왕 공식석 상에 서기로 했다면 최 회장은 좀 더 기자들의 질문에 귀 기울였어야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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