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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금 이념적 혼란상태…외부정보로 채워야"[워싱턴 리포트]

등록 2025.05.03 06:28:46수정 2025.05.03 06: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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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회장 인터뷰

트럼프발 VOA·RFA 운영 중단사태 비판…"실수"

"북핵 인정은 엄청난 실수…전세계 무질서로"

"김정은, 한국 정치혼란보며 자신감 얻었을것"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5.03.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5.03.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북한 동향과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데 앞장서온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미디어국(USAGM) 축소 조치에 나서면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미국에서 십수년간 북한 인권 운동을 벌여온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은 이에 대해 "실수"라며 "김정은이 만들어낸 이념적 공백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외부세계의 정보로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만나 "VOA와 RFA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인격숭배를 강화하기 위해 조부인 김일정과 부친인 김정일에 대한 숭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통일 노선 변경과 태양절 언급 회피 등을 그 사례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이라 북한의 지도자가 됐기 대문에 이것은 위험한 게임이다"며 "아주 많은 북한 고위직들과 얘기했는데, 북한 사람들은 이념적 혼란 상태에 있다. 예를 들어 가톨릭 신자에게 '예수? 사실 그건 진짜가 아냐'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이 김정은 정권의 지배력에 일종의 틈을 만들어냈고, 이는 북한 내부로 외부 정보 유입을 가속할 좋은 기회라는게 그의 평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개혁작업을 추진하면서, 미국이 오랜시간 구축해온 북한 관련 언론 기능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칼라튜 회장은 "VOA와 RFA가 돌아오길 바란다"면서 "영어에는 '목욕물 버리다 아기까지 버린다(throw the baby out with the bathwater)'는 속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와 정부효율부(DOGE)가 사기와 낭비, 남용을 억제하는 측면에서 좋은 일을 했지만, 예산이 삭감된 좋은 프로그램들도 많다"면서 "RFA나 VOA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5.03.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5.0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해 숨가쁜 100여일을 보냈으나, 한반도와 북한 인권 문제는 그의 관심사안이 아니었다. 국내적으로는 연방정부 개혁과 국경통제, 이민자 추방 등에 집중했고, 외부로는 관세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협상 등에 공을 들였다.

다만 스칼라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인권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당면한 현안들이 정리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북한 문제를 들여다 볼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방한 당시 국회에서 탈북자 7명과 만났고, 이듬해 미 의회 국정연설에는 지성호 전 의원을 초대한 바 있다. HRNK 사무총장이었던 스칼라튜 회장이 이러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향후 북미대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하고 강인한 협상가다. 김정은 정권에 무조건적인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다"며 "목표는 여전히 완전하고 비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와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라고 예상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된다.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며 "세계의 불량 정권들에 '핵무기만 개발하고 끝까지 버티면 미국도, 유엔도, 국제사회도 물러설 것이다'는 신호를 주게된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는 무질서로 가게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은 남한 역시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협상 지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접근에서 인권 문제가 안보 문제에 가려 뒷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북한과 대화과정에서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항상 인권이 희생된다"며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정부 모두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졌지만, 어려운 군사안보 문제를 다룰 때면 인권을 제쳐뒀다. 이를 35년동안 해왔는데,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보는게 어떤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과 안보는 서로 연관돼 있기에 두가지를 모두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며 "그래서 저는 (대북 접근이) 북한에 납치된 한국인 납북자, 국군포로, 일본인 납북자 등에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이는 북한과 신뢰를 쌓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5.03.

[워싱턴=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이사회(HRNK) 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HRNK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05.03.

한편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점은 김정은 정권에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김정은과 푸틴은 북한 병력이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섰고, 이는 그들이 더욱 대담해졌다는 뜻"이라며 "그들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서도 고무됐다. 우리는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2011년 12월부터 북한 정권 붕괴를 얘기해왔는데, 지금에서는 누가 더 안정적이냐"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한국은 경제 대국이고, 정치 뿐만 아니라 고도로 발전된 문명 국가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는 김정은이 꽤 자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혼란을 초래했으나, 적어도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명목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등한시하고 억압했는데,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한국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는 김정은 일가 등 엘리트 계층보다는 북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김정은과 대화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모든 도구와 무기고를 동원해야 한다. 김정은과 대화하는 한편, 시민사회를 후원하고 풀뿌리 수준에서의 관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칼라튜 회장은 공산당 집권 하 루마니아에서 태어났다. 부쿠레슈티대 영문학과 1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1989년 12월 반공혁명에 참여했고, 이듬해 루마니아 최초의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어학연수를 거쳐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했고,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총 10년간의 한국 생활 이후에는 미국으로 건너와 터프스대 플레처스쿨(외교 및 법과대학)에서 공부했다. 2011년부터 HRNK 사무총장을 맡아 북한 인권 운동에 본격 뛰어들었고, 올해 초엔 HRNK 초대 회장에 선출됐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모국어인 루마니아어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며, 한국어 역시 동시통역이 가능한 수준이다. 북한 인권 운동에 매달린 시간에 대해선 "소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데 대해 여전히 매우 행복합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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