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법원 가처분 따져보니…"상호주 통한 경영권 방어 부정 안했다"[기고]

등록 2025.03.24 16:00:00수정 2025.03.24 17:14: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법원, 상호주 통한 경영권 방어 부정 안해

상호주 제도는 몇 안 되는 경영권 방어 수단

타협·양보로 고려아연 분쟁 원만히 해결해야

[서울=뉴시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 2025.03.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본인 제공) 2025.03.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올해도 지속되며 민·형사상 다양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며, 지역 사회와 소속 임직원으로부터 신뢰를 받던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적대적 경영권 인수의 타깃이 됐다. 소모적인 법적 분쟁에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것을 지켜보며 적지 않은 국민들이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은 고려아연이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근거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해당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의 직무 집행을 멈추고, 일부 의안에 대한 결의의 효력도 정지한 것이다.

이 결정을 두고 혹자는 법원이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활용한 것 자체가 잘못이란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논평한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고려아연의 상호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 행위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사건의 본안에 대한 종국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다툼이 있는 당사자들의 권리 관계에 대해 임시로 그 지위를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처분 결정의 의미는 본안 판결에 비해 제한적이다.

특히 이번 가처분 결정은 재판부가 보기에 상호주 형성의 매개가 된 호주의 손자회사(SMC)가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는 점에 근거한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른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치의 다른 요건이나 절차에 대해 위법하다고 본 부분은 없다.

즉 상호주 형성의 매개가 되는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외국회사라도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의 요소를 명백히 갖췄다면, 문제가 된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제한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번 상호주 형성의 매개가 된 호주의 손자회사가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회사라고 단정한 법원의 결론도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법 또는 회사법의 회사 제도는 각 나라별로 차이가 적지 않다. 또 주식회사라는 회사 형태도 각 나라별로 그에 매칭되는 법률 용어나 법률상 주요 특징이 각각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어떤 회사 형태를 한국 상법상 특정 회사 형태에 구체적으로 대응시키는 결론은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또 한국 상법상 주식회사는 경제적 실질상으로 그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 다른 나라의 다양한 회사 형태를 포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식회사는 규모나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개인 상인이나 조합과 유사한 1인 기업 내지 가족 기업부터 대규모 상장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 형태를 모두 포함한다. 이는 외국의 기업 법제상 복수의 회사 형태를 포섭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외국의 법제와 비교할 때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매우 제한적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른 상호주를 활용한 것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판 받을 일은 아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에 대응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고려아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소모적으로 이어질 지 모르지만, 양측이 타협하고 양보해 원만하게 현 분쟁을 해결하기를 기대해 본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