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금융지주 잡아라"…내년 외부감사 큰장 선다
올해로 3년 계약 만료…"뺏고 뺏기는 대격돌"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회계업계가 내년 열릴 큰 장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장사 및 대형 비상장사 외부감사 계약은 3년씩만 체결되기 때문에 2023년부터 감사인 자율 선임에 들어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은 새롭게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1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중 KB·신한·우리금융지주가 하반기 중 감사인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이 가장 먼저 외부 입찰 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지주 감사 계약은 모든 회계법인이 노리는 '대어(大漁)'다. 자회사 연결까지 포함해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하반기 입찰을 진행할 3개 금융지주 역시 단가가 자회사 연결까지 포함해 연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4대 회계법인들이 모두 주목하는 큰 장이 서게 된 이유는 2020년 정부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첫 대상이 된 기업들이 다시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0년부터 3년 간 금융당국이 지정해준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어야 했다. 이후 6년 간은 감사인 자율 선임 기간이지만, 상장사와 대형 비상장법인은 3년 동일 감사인을 유지한 후 감사위원회 또는 감사선정위원회 등을 통해 새롭게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반드시 교체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감사인 독립성 제고 등을 위해 3년 주기로 새 선임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에 국내 회계법인들은 내년 상장법인 및 비상장 대기업의 외부감사인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금 맡은 곳과 계속 가길 바라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라며 "'당연히 계속 가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러지 말고 독립성을 잘 유지하라고 3년 마다 새로 뽑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3개 금융지주뿐 아니라 3년 전 감사인 자율선임 시장에 나온 상장사 및 비상장 대기업은 총 22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래에셋증권,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회계법인들에겐 대어를 빼앗아올 수 있는 기회이거나 빼앗길 위기이기도 하다.
3년 전 감사인 자율 선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정회계법인은 당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을 꿰차 올해까지 감사 계약을 맺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KB금융지주, 삼성생명, 삼성중공업, CJ 등을 맡고 있다.
다만 피감사 회사들이 기존 감사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입찰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인이 변경되면 새 감사인이 회사 상황을 다시 다 이해해야 하고 감사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보니 감사위원회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 선정한다. 계속 감사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준비를 안할 수는 없고, 기존 회사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회계법인 비감사(컨설팅 등) 부문이 커졌기 때문에 감사·비감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외부감사인 교체가 활발해질 거란 시각도 있다. 비감사 부문 매출도 커지고 있는데 감사 나가는 회사에게 다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이해상충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비감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서 외부감사인 자리와 자문 서비스를 두고 전략적 선택이 있을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감사인 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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