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직장인에 법당 내 준 남산 충정사… "스벅 말고 절로"
불교 대중화를 위한 도심속 사찰의 '파격 변신'
절 들어서면 반려견 '새콤' 나와 반기며 안내
반려견 사찰 출입 허용…생명 존중 가르침 실천
1층엔 갤러리 카페·장인 작품으로 꾸민 선명상실
2층 법당엔 침대형 소파…"누구나 와서 쉬는 곳"
덕운스님 5분 선명상 유튜브 운영…책도 펴내
![[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기자 = 13일 방문한 서울 남산 충정사. 법당 2층에는 카펫과 함께 20여 개의 빈백 소파를 배치해 일상 속의 안식처가 마련됐다. 2025.05.13. excuseme@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5/NISI20250515_0001843552_web.jpg?rnd=20250515162104)
[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기자 = 13일 방문한 서울 남산 충정사. 법당 2층에는 카펫과 함께 20여 개의 빈백 소파를 배치해 일상 속의 안식처가 마련됐다. 2025.05.13. excuseme@newsis.com
불교 대중화를 위한 시도인데, 충정사는 도심 속 사찰의 '메리트'를 활용해 일반인들에 한층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 정문 오른쪽에 자리한 충정사는 다른 사찰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절 입구로 들어서면 이 절 지킴이 '새콤'이 기다렸다는 듯 마중을 나온다. 새콤은 덕운스님이 올해 3월 주지로 부임하면서 입양한 반려견으로, 주변 직장인들에겐 꽤 인기가 많다. 짬을 내 새콤을 보러 절에 오기도 할 정도란다.
덕운스님은 최근 반려견의 사찰 출입을 허용했다. 모든 생명이 존중 받아야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미앤팻' 캠페인으로, 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반려견과 함께하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선 유기 동물 구조와 보호활동을 소개하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명상의 시간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충정사는 앞으로도 생명 중심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충정사는 절의 구조와 운영 방식도 '완전 개방형'이다.
왼쪽엔 갤러리 카페가, 오른쪽엔 선명상실을 뒀다. 한옥 창으로 넘어들어온 햇살 아래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리가 부족하면 앞뜰 테이블을 이용하면 된다. 갤러리카페는 신행단체가 불자들을 위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선명상실은 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엄숙함 마저 느껴지는데, 바닥 전체를 채운 옻칠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나전칠기 명장 김인영 선생의 작품으로, 예술혼이 담긴 세계 유일한 선명상실이다.
![[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기자 = 13일 방문한 서울 남산 충정사 1층에는 선명상실이 마련됐다.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은 일상 속 선명상을 강조한다. 2025.05.13. excuseme@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5/NISI20250515_0001843562_web.jpg?rnd=20250515162324)
[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기자 = 13일 방문한 서울 남산 충정사 1층에는 선명상실이 마련됐다.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은 일상 속 선명상을 강조한다. 2025.05.13. excuseme@newsis.com
2층에 자리한 법당이 충정사 파격의 '화룡점정'이다.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13개의 빈백 소파를 놓아 휴식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일상에 치여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 법당을 안식처로 내놓은 것이다. 불상 앞에서 눕는 게 '불경'스럽지 않을까 싶지만 충정사는 '대환영'이다.
덕운 스님은 "불자가 아니라도, 한국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 법당에 와서 누워 책을 읽거나 명상하거나 잠을 청하면서 마음의 휴식을 취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인근에 직장인들이 찾아주면 더 없이 좋겠다"며 "잠깐의 휴식을 통해 명상하게 되고, 선명상이 뭔지 궁금해지면 제 사무실로 와서 물어보면 설명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기용 수습기자=13일 방문한 서울 남산 충정사. 법당 1층 반려견도 함께 출입할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excuseme@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5/16/NISI20250516_0001844198_web.jpg?rnd=20250516111938)
[서울=뉴시스]조기용 수습기자=13일 방문한 서울 남산 충정사. 법당 1층 반려견도 함께 출입할 수 있는 카페가 마련돼 있다. excuseme@newsis.com
선명상은 조계종 주도의 명상법으로, 2023년 1월 조계종 신년기자회견에서 명칭이 공식화됐다. 선은 고요할 선(禪), 착한 선(善) 등에서 따와, 현대인의 하루 5분 명상을 보급하는 'K-명상'이다.
덕운스님은 선명상 확산운동의 선두주자답게 매일 아침을 깨우는 5분 선명상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선명상과 함께하는 천수경 수행의 길(출판 청류)'도 펴냈다.
덕운 스님은 책에서 "천수경을 독송하는 것은 단순히 복을 빌기 위한 주문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고요를 체험하는 선명상의 과정"이라며 "선명상은 잡념과 번뇌를 내려놓고 우리의 본래 맑고 밝은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이라고 설명한다.
스님은 연말에 맞춰 또 다른 파격을 구상 중이다. 이번에는 종교를 초월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비밀"이라고 했다.
충정사 출입문에는 '세가지 소원이 이루어지는 사찰'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충정사에 들러보면 '마음의 평온'이라는 소원 하나 쯤은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덕운스님이 꿈꾸는 불교 대중화의 출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