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지 학예연구사 "백남준 '잡동사니 벽'·김수자 '보따리 트럭' 최초 공개"[문화人터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첫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기획
이건희컬렉션 9점 포함
1960년~ 2010년대 대표작 86점 전시
"김환기 '산울림'박생광 '무속 3' 꼭 관람해야"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02/NISI20250502_0001834305_web.jpg?rnd=20250502202322)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꿰뚫는 전시가 열려 화제다. 지난 1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은 서울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대표 소장품만을 선보인 첫 상설전이다. 역대급 흥행을 보이고 이는 '론 뮤익'전시와 함께 이 전시도 개막하자마자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 관람이 잇따라 최근 동시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전시에는 이건희컬렉션 9점을 포함하여 196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는 한국현대미술 대표작 86점을 엄선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전시는 수집된 작품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한국 현대미술사'를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김환기의 '산울림'(1973)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77_web.jpg?rnd=202504301637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김환기의 '산울림'(1973)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pak7130@newsis.com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한국 현대미술의 시간 흐름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세대나 배경이 다른 관람객 모두가 현대미술의 맥락을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고민했다.”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기획을 맡은 배명지 학예연구사와 이번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전시가 서울관 첫 상설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데, 기획자로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2025.04.30.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56_web.jpg?rnd=202504301637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2025.04.30. pak7130@newsis.com
'대표 소장품'이라는 말이 굉장히 무거운데, 무엇을 중심에 두고 선별했는지, 구성의 기준이 궁금하다.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소장품들은 남성 작가들의 작품이 절대적이라, 의도적으로 그 시기에 작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다. 또한 국제미술계와 관계망 속에서 주요한 의미를 도출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했다. 상설전의 작품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될 예정이어서, 이번에 소개되지 못한 작품들은 향후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에 선보인 서도호의 '바닥'. 2025.04.30.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66_web.jpg?rnd=202504301636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에 선보인 서도호의 '바닥'. 2025.04.30. pak7130@newsis.com
소장품 전시이지만 기존 회고전이나 시대사 전시와는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단순 연대순이 아닌 주제형 구성(추상·형상·혼성 등)을 택한 이유는?

백남준, 잡동사니 벽, 1995, 자동차 부품, 가마, 피아노 키보드, TV 부품, 오디오, 스피커, 코끼리상, 불상, 트럼펫, 채색한 캔버스와 õ, 프라이팬, 깔대기, 가변 크기 *재판매 및 DB 금지
각 섹션별로 흥미로운 소장품이 많은데, 특히 '최초 공개’ 또는 '의미 있는 맥락 전환'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면?
'잡동사니 벽'은 백남준이 1995년에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Kunstmuseum Wolfsburg)에서 열린 '백남준: 하이 테크 알러지'(Nam June Paik High Tech Allergy)에서 처음 발표했던 대형 설치 작품이었다. 볼프스부르크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으나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이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 2년전인1993년, 백남준은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전시 '전자 초고속도로: 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과 서를 하나의 선으로 잇는 문화유목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잡동사니 벽'은 글로벌리즘이라는 자장 안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다. 또한 백남준은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 개최(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결정적 공헌을 한 인물이고, 1995년 제 1회 광주 비엔날레의 특별전인 '정보예술'전 개최한 인물(당시 큐레이터는 신시아 굿맨과 김홍희)이기도 해서, 백남준과 한국현대미술의 관계를 보더라도 중요한 작품이다."

김수자, 보따리 트럭 이민자들, 2007,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9분 17초 *재판매 및 DB 금지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2007)은 김수자를 국제미술계에 널리 알린 '떠도는 도시들-보따리 트럭 2727km'(1997)의 프랑스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7년 파리의 맥발(MAC/VAL) 미술관 커미션 작품으로, 중국,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출신의 많은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구역을 따라 보따리를 실은 트럭을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담은 일종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글로벌리즘 맥락에서 이동, 경계, 유동성, 정체성, 노마디즘의 당대 정서를 구현한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으로는 노숙자, 난민, 이민자와 같은 이주의 서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난민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동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이강소 작가의 작품 '무제 75031'이 전시됐다.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57_web.jpg?rnd=202504301636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이강소 작가의 작품 '무제 75031'이 전시됐다. pak7130@newsis.com
6부 구성 중 특히 기획자로서 애착을 가진 섹션이 있다면? 그 대표작은? 그 이유는?(
2섹션 ‘한국실험미술-사물, 시간, 신체’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1960~70년대 실험미술이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생성되었고, 행위미술, 설치미술, 개념미술 등 회화와 조각 같은 전통적인 예술을 넘어 미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였던 치열함이 있었다. 통제적 정치 체제라는 특수한 한국의 정치 상황 하에서 행해진 미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한국현대미술의 중요한 변곡점으로서 이후 1980년대 이후 설치미술이나 1990년대 개념적 미술의 기원으로서도 중요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서 최정화 작가의 작품 '꽃의 향연'을 소개하고 있다.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60_web.jpg?rnd=20250430173140)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서 최정화 작가의 작품 '꽃의 향연'을 소개하고 있다. pak7130@newsis.com
"4섹션 ‘혼성의 공간-다원화와 세계화’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했던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자유롭게 된 첫 세대 작가들의 미술이자 한국성 담론과 전통과 민족주의에서 자유롭게 된 첫 세대 미술이라는 점이다. 그 부분을 전시에서도 부각 시키고 싶었다. 또한 중심과 주변의 위계가 흐려지고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가 뒤섞이는 글로벌리즘 맥락에서 한국미술이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한국미술의 동시대성을 논의할 수 있는 첫 세대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 전경.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59_web.jpg?rnd=202504301636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 전경. pak7130@newsis.com
"가장 어려운 부분은 1섹션(추상-새로움과 전위)이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추상은 사실 당시 매우 전위적인 미술이었고, 냉전, 근대화 ,제도, 전통, 전쟁, 도시화 등 한국사회/한국미술의 다양한 층위와 교차한 미술이지만, 전시의 형태로는 그러한 역동성을 드러내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다.(미학적으로는 아름다운 전시 공간이지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선보인 민정기 작가의 작품 ''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K씨'(왼쪽). 2025.04.30.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68_web.jpg?rnd=202504301636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선보인 민정기 작가의 작품 ''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K씨'(왼쪽). 2025.04.30. pak7130@newsis.com
이번 상설전이 향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구조나 수집 방향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71_web.jpg?rnd=202504301636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pak7130@newsis.com
이 전시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관전 포인트’나 추천 동선은?
예로, 1전시실은 세가지 섹션(추상, 실험, 형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기적으로 보면 국제적으로는 냉전시대였고,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이데올로기가 강조되고 한국성, 전통의 집단의 논리가 주요한 시대였다. 이러한 양분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었던 시대, 추상과 형상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논쟁의 지대에 있었다.
2 전시실의 작품들(혼성, 개념, 다큐멘터리)은 이러한 양분된 이데올로기가 무너진 이후에 등장한 미술이다. 대외적으로는 냉전 종식과 글로벌리즘, 대내적으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를 향한 정치적 개혁 이후 시기에, 이념 갈등이나 집단의 논리보다는 개인의 미술이 중요해진 시기에 등장한 것이다. 또한 젊은 신세대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매체도 설치, 영상 등으로 훨씬 다변화되었다.
1 전시실에서 2전시실로의 풍경의 변화는 곧 한국현대미술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라, 그 변화를 면밀히 감지하며 관람하시길 권한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 복합 매체(다원예술)와 복합 서사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기반 작업들도 주목할 만 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강익중 작가의 작품 '삼라만상'. pak7130@newsis.com](https://image.newsis.com/2025/04/30/NISI20250430_0020792365_web.jpg?rnd=2025043016363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강익중 작가의 작품 '삼라만상'. pak7130@newsis.com
놓치면 안되는 꼭 봐야할 작품이 있다면?

배명지 학예사가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배명지 학예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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