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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보장원장 "짧은 유튜브 촬영도 아동에겐 '노동'"[인터뷰]

등록 2023.08.08 05:12:55수정 2023.08.09 18: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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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먹어도 돼?" "다 찍었어?"…촬영에 초점

'노동적 속성' 많고, '놀이적 속성' 거의 없어

영상 제작 가정에서 이뤄져…권리 침해 위험↑

부모도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갖춰야

"취약 아동에 지원 집중…넓은범위 예방도 중요"

[서울=뉴시스]지난달 31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23.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달 31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23.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처음부터 '아동을 학대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대부분 '그냥' 하다 보니 학대가 일어나는 거죠."

아동·청소년 복지 전문가인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지난달 3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온라인콘텐츠 출연이 '노동'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정 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21년 "어린이 유튜버의 놀이는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한 해 동안 국내 유튜브 상위 100개 채널 중 아동이 출연한 채널의 788개 영상을 분석했다.

그는 "당시 분석한 영상들에는 노동적인 속성이 많았던 반면, 놀이적인 속성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우리 연구팀은 '아동주도성' '무목적성' '놀이촉진성' '시간·장소의 적절성'을 살폈는데, 네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영상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 등의 영상은 제작 환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부모가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가)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무리 짧게 촬영한다 해도 아이에게는 굉장히 힘든 과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아이는 영상에서 '이거 이제 먹어도 돼?' '다 찍었어?'라고 한다. 모든 게 촬영에 맞춰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현재 국내에서는 모든 게 권고 규정"이라면서 채널을 제한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의 온라인콘텐츠 출연을)차라리 노동으로 규정한다면 근로기준법과 방송법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가 지난 4월 취임한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1월 '온라인콘텐츠 속 아동인권보호 체크리스트'를 제작하는 등 아동권리 침해 예방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원장은 취약 계층 아동들에게 예산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가 아동의 출생부터 자립까지 전 생애 주기에 관여하다 보니, 가장 취약한 아이들만 조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물론 가장 위급한 순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넓은 범위의 피해를 예방해야 위기 집단의 수가 적어지고, 그들을 더 잘 케어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뉴시스]지난달 31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23.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달 31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23.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래는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021년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청소년 출연 영상 2000개를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당시 정확히 2006개의 유튜브 영상 중 1588개에서 아동권리 침해가 우려되는 요소를 발견했다. 가장 많은 건 '아동 최우선 이익 침해'였고, 그다음에는 '개인 정보·사생활 침해' '정서적 고통'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 순서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건 정서적 학대인데, 아이들에게 악플을 읽게 해서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는 영상이 있었다. 신체적 학대의 경우엔 얇은 옷을 입혀서 추운 곳에 있게 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또 전기 파리채로 아이들을 협박해서 춤추게 하거나, 자동차로 인형의 다리를 절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아주 맵거나 너무 커서 먹기 힘든 음식, 산낙지처럼 다소 혐오적인 음식을 강요하는 행위도 발견됐다. 일종의 '웃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아동권리가 침해된 경우가 많았다."

-문제 영상의 비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

"사실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는 건 남들이 (영상을)볼 것을 예상한 거 아닌가. 그런데도 이 정도 수치가 나왔다는 건 아직 우리 사회의 아동 인식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과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 당시 '아동·청소년의 온라인콘텐츠 출연은 놀이가 아닌 노동'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에 관해 설명해 달라.

"영상에서는 아동이 노는 것으로 비치지만, 사실은 놀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동이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엔 명백한 수익 창출 행위이기 때문에 다양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 반면 유튜브 등 영상은 제작 환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부모가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가)재발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더 위험하다."

"그리고 (아동이 출연하는 온라인콘텐츠는)노동적인 속성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놀이적인 속성은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우리 연구팀은 '아동주도성' '무목적성' '놀이촉진성' '시간·장소의 적절성'을 살폈는데, 네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영상은 단 하나도 없었다."

-최근 부모가 '육아 브이로그' 등으로 자녀를 SNS에 노출하는 사례가 늘었다. '셰어런팅'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셰어런팅은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다'는 의미다. 말은 멋지지만, 영상을 부모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남에게 공개하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다. 후자의 경우엔 아이들의 안전과 아이가 성장한 후 느낄 감정까지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종종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이유로 영상을 무분별하게 촬영하고 올리는 사례가 있다."

"영상은 한 번 올라가면 삭제하거나 관리하기 굉장히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잊힐 권리'를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시범 사업 및 영상 삭제 지원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 지울 수 있으니 그때 가서 고민하자'는 건 너무 사후적이고 위험하다."

-우리나라가 특수한 건가, 세계적인 추세인가.

"사실상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리고 부모라면 아이를 공개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동의 초상권을 존중하지 않고, 일부가 아닌 모든 걸 올리는 게 문제라는 거다."

-신생아나 유아처럼 의사 표현이 어려운 아동이 영상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되도록 출연시키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촬영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권리가 놓쳐지지 않을까. 아무리 짧게 촬영한다 해도 아이에게는 굉장히 힘든 과정일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영상에서 '이거 이제 먹어도 돼?' '이제 다 찍었어?'라고 한다. 모든 게 촬영에 맞춰져 있는 거다."

-아동권리 침해가 의심되는 영상을 발견하면 시청자 쪽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뭔가.

"보이는 대로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다른 사람이 신고하겠지' 하지 말고 먼저 신고하는 게 맞다. 사실 그런다고 많은 것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신고가 모이면 제작자한테도 각인이 될 수 있으니까."

-아동의 온라인콘텐츠 출연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책상 미비한 부분은 뭔가.

"일단 대부분이 '임의 규정'이고 '권고'다. 그러다 보니 1인 미디어의 경우에는 제재 수단이 사실상 없다. 우리는 체크리스트의 형태로 만들었지만, (아동권리 침해가)심한 경우에는 즉시 제한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동의 온라인콘텐츠 출연과 관련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어떻게 견인할 수 있을까.

"사실 셰어런팅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지 불과 2~3년이다. 지금도 부모가 아이들과 관련한 사진이나 영상을 무작위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끼리는 차라리 조심하는데, 아이의 초상권에 대해서는 조심하지 않는다. 이를 예방하려면 우선 아동권리보장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디지털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아동권리보장원을 운영하는 데 특별히 고충이 있다면 알려 달라.

"우리는 아동의 출생부터 자립까지 전 생애 주기에 관여한다. 그 안에는 빈곤과 학대 등 다양한 삶의 위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취약한 아이들만 조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셰어런팅에 대한 것처럼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예산이 가장 적다. 물론 가장 위급한 순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게 당연하지만, 넓은 범위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고 생각한다. 예방이 잘 돼야 위기 집단의 수가 적어지고, 그들을 더 잘 케어할 수 있는 까닭이다."

강운지 리포터(kuj01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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