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유튜버로 키우고 싶었는데'…영상 75%는 권리침해
'가족 유튜버' 많아…키즈 크리에이터로 키우기도
2006개 영상 모니터링 결과 1588개가 '위험'
악플 읽고, 추위에 떨고…정서적·신체적 고통
"사회적 인식 부족, 촬영·제작 과정 폐쇄적"
"1인 미디어 분야, 제재 방법 거의 없다시피"
"아동 출연 콘텐츠, 수익 주인조차 불명확"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달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두 딸의 얼굴을 이모티콘으로 가린 가족사진을 올렸다.(출처 : 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얼마 전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가족사진이 화제가 됐다.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배우자, 딸 3명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올렸는데 어린이인 두 자녀의 얼굴은 이모티콘으로 가렸다.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경영하고 있음에도 자녀의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하는데는 신중했던 것이다.
저커버그의 행동이 화제가 된 이유는 지금까지 많은 부모들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자녀의 사진·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해 왔기 때문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지난 2021년 조사에 따르면 SNS를 이용하는 부모 중 86.1%가 자녀의 사진과 영상을 자신의 계정에 게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인 '셰어런팅(Sharenting)'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유니세프는 셰어런팅이 아동의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에 게시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거나 놀림을 당할 수 있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녀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SNS에 게시한 사진·영상은 사실상 영원히 온라인 상에서 떠돌게 돼 자녀가 사기,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최근에는 어린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에 출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튜버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을 공개하거나, 자녀가 주인공인 영상을 제작해 키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가정 내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언뜻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영상 콘텐츠 출연이 '노동'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목을 받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촬영·제작 과정에서 자녀를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게 하는 사실상의 '아동 학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이하 보장원)은 지난 2021년 아동·청소년 출연 영상 2006건을 모니터링했다. 연구진은 그중 1588개 영상에서 아동권리 침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아동 최우선 이익 침해 ▲개인 정보·사생활 침해 ▲정서적 고통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 순서로 위험 요소가 발견됐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지난달 3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서적 학대 사례에는 아이들에게 악플을 읽게 해서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는 영상이 있었다. 신체적 학대의 경우엔 얇은 옷을 입혀서 추운 곳에 있게 한 영상이 대표적이다"라면서 "일종의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아동권리가 침해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파리채로 아이들을 협박해서 춤추게 하거나, 자동차로 인형의 다리를 절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아주 맵거나 너무 커서 먹기 힘든 음식, 산낙지처럼 다소 혐오적인 음식을 강요하는 행위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지난달 31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23.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3/08/03/NISI20230803_0001332242_web.jpg?rnd=20230803150744)
[서울=뉴시스]지난달 31일,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종로구에 위치한 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23.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콘텐츠 내 아동권리 침해가 빈번한 원인은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아동권리 인식이 부족하고, 영상 제작 과정이 폐쇄적이라는 데에 있다. '가족이 찍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오히려 가정 내에서 영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간혹 필요 이상으로 촬영 시간이 길어져 아동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정 원장은 "차라리 구독자가 많고 조회수가 높은 채널은 걱정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채널들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출연 영상을 제재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이 임의 규정과 권고에 그쳐, 문제 상황이 발생해도 즉시 촬영 행위를 제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아동 크리에이터 보호하는 내용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당시 정 의원은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 영역에서 활동하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학대 및 착취를 당한다 해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두 법안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계류 중이다.
![[서울=뉴시스]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사진=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 갈무리) 2023.08.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3/08/03/NISI20230803_0001332360_web.jpg?rnd=20230803162146)
[서울=뉴시스]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사진=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 갈무리) 2023.08.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보장원은 지난 1월 금융산업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아 '온라인콘텐츠 속 아동인권보호 체크리스트'를 제작하는 등 아동권리 침해 예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부모 및 촬영·편집자가 콘텐츠 제작 과정을 자가점검할 수 있는 11가지 항목을 마련했다.
정 원장은 "우리(보장원)는 체크리스트의 형태로 만들었지만, (아동권리 침해가)심한 경우에는 즉시 제한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체크리스트가 기업 정책에 반영돼 영상 제작 전에 '팝업'으로 뜨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아동의 온라인콘텐츠 촬영을 '노동'으로 규정하면, 방송법이나 근로기준법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강운지 리포터(kuj010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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