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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구지가문학상, 시인 박형권…가야문학상은 오은주

등록 2023.04.21 11: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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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형권

시인 박형권



[김해=뉴시스] 김상우 기자 = 경남 김해시는 제3회 구지가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인 박형권의 '소금을 뿌리고 후추를 뿌리는 사이', 가야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조시인 오은주의 '도마'를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김해시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김해지부가 주관하는 구지가문학상은 가야시대 전래 '구지가(龜旨歌)'의 문화사적 의의를 고취하기 위해 시·시조를 전국에서 공모한다.

구지가문학상 129명, 가야문학상에 170명 등 299명이 2093편을 응모했다. 예심, 본심을 거쳐 구지가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수상작을 결정했다.

구모룡 심사위원은 "'소금을 뿌리고 후추를 뿌리는 사이'는 생에 대한 깊은 감각과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시적 지평을 조심스럽게 확장해 가는 성실한 과정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도마'는 상처를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승화하는 시적 대상으로 도마라는 사물의 의미를 긴장된 리듬의 생성과 더불어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제3회 구지가문학상에 관심을 갖고 응모를 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구지가문학상이 대한민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5월6일 오후1시 30분에 수릉원 가야문화축제 본무대에서 열린다. 상금은 구지가문학상 1000만원, 가야문학상 500만원이다.

박형권 '소금을 뿌리고 후추를 뿌리는 사이'

  고등어 한 손 사서
  한 마리는 굽고
  한 마리는 찌개를 끓이는 게 좋을 것 같다
  바다로 씻어낸 무늬가 푸를 때
  침묵으로 말하는 통통한 몸을 갈라
  복장을 꺼내고 무구정광다라니경을 생각해 보자
  당장 읽을 수 없다면 비늘을 벗겨보자
  지느러미를 쳐내 보자
  부엌방의 전등 빛으로 읽어 내려가자
  마지막 소절에서는 바다의 일몰을 불러내어
  몸으로 건설한 저녁 한 끼를 불그스름하게 경배하자
  생선 구워 밥상에 올리면 그곳이 세계의 중심
  혀로 말씀을 삼키기도 한다
  오늘도 피 흐르는 가을, 단풍을 뿌리며 단풍에 베인다
  그리하여 단풍은 피보다 비리다
  이 가을도 오래 가지 않을 터
  몇 마리 더 사서 따로 남는 추억은 냉동실에 넣는다
  생선 한 손은 왜 두 마리이어야 하는지
  한 손은 들고 한 손으로는 무위자연 하자는 것인지
  점심에는 고등어를 굽고 저녁에는 끓인다
  소금을 뿌리고 후추를 뿌리는 사이
  경전처럼 가을이 온통 유유자적하시다
  가을 산이 동네까지 내려오신 날
  아, 한 손이 된 너와 나, 누군가를 먹이러 가자
  뼈 우려낸 국물로 붉게 그을린 피로 떠먹이고 오자
  아직 우리가 물이 좋을 때 하자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봤을 때
  우리는 파르르 전율하고 싶다

오은주 '도마'

  
 석양을 지고 와서 현관에 벗어두고
 온몸으로 뒹굴었던 오늘을 총총 썬다
 하루치 제물을 바치는 부엌의 둥근 신전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하명을 기다린다
 풀어헤친 가슴팍 핏자국이 낭자해도
 돌아서 눈물 훔치는, 경전이 놓친 시간

 때로는 휘몰이로 어떨 땐 자진모리로
 수많은 칼날 받으며 차려낸 제단 앞에
 늠연히 무릎을 꿇은 상처의 힘, 서럽다
시인 오은주

시인 오은주




◎공감언론 뉴시스 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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