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 청주시, 출퇴근 돌봄 공백에 맞벌이부모 한숨
방학기간 부모 출근 후 오전 9시 개방
학교·학원 문닫아 아이들 밖에서 서성
타 지자체 틈새 돌봄시책 운영과 대비

[청주=뉴시스] 임선우 기자 = 워킹맘 김모(42)씨는 다가오는 여름방학이 걱정이다. 맞벌이 부부 신세여서 초등학교 2학년 딸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이용 중인데, 방학기간 출근시간대 이용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청주시 다함께돌봄센터의 아침 개방시간은 오전 9시. 오전 8시를 전후해 출근하는 김씨 부부의 딸은 1시간가량을 혼자 있거나 인근 놀이터에서 보내야 한다. 집안에 혼자 있기를 무서워하는 김씨의 딸은 지난 겨울방학에도 아침마다 추위에 떨며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다.
김씨는 "아침 공백시간에는 학원도 문을 열지 않아 맡길 곳이 없다"며 "어린 딸을 매일 1시간씩 혼자두려니 불안하고 마음 아프다"고 했다.
출생률 반등에 턱걸이 한 충북 청주시에서 출·퇴근 시간대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앞다퉈 맞벌이 가정 아침·저녁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임에도 정작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인 청주시는 운영비 등을 이유로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2일 기준 청주시에서 민간위탁 운영 중인 다함께돌봄센터는 모두 13곳. 문재인 정부 당시 국책사업으로 시작돼 2019년 1곳, 2020년 4곳, 2022년 7곳, 2024년 1곳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만 6~12세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 취약시간대를 지자체가 보완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가 운영비의 절반을 대고, 나머지 절반을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반씩 분담한다. 주로 5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나 도서관, 주민복지관 등에 설치된다.
학기 중 평일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방학 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주말과 공휴일은 문을 닫는다.
보건복지부가 맞벌이 가정의 아침·저녁 돌봄 공백을 메우고자 운영시간 연장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청주시는 해당 사항이 없다. 13곳 모두 오전 9시나 10시에 문을 연다.

반면, 경기 파주시는 지난 3월부터 다함께돌봄센터의 운영시간을 아침·저녁 2시간씩 늘렸다. 청주시와 시세가 비슷한 성남시는 오전 7시30분부터 아이를 돌봐주는 '아침 틈새 돌봄' 제도를 2021년 도입했다.
강원 원주시는 교대근무 부모 등을 위해 주말·공휴일(오전 8시~오후 7시)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원주형 365 다함께돌봄' 서비스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청주에서는 오창 다함께돌봄센터가 2022년과 2023년, 율량 다함께돌봄센터가 2023년 아침·저녁 연장 돌봄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단기근무로 채용된 돌봄교사의 고용조건 불만족에 따른 퇴사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차원의 뚜렷한 대책도 없다. 돌봄교사 처우 문제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아침·저녁 틈새 돌봄 해소에 뒷짐이다. 아직 정착하지 못한 교육청의 학교 내 늘봄 서비스(오전 7시~오후 8시)에 대한 불만도 있다.
시 관계자는 "청주지역 모든 돌봄센터의 아침·저녁 틈새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잖다"며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만큼 운영 묘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도입된 학교 늘봄 프로그램이 정착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돌봄 공백을 해소하도록 교육계, 보육계 등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겠다"고 덧붙였다.
연말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 갱신을 앞둔 청주시는 지난달 출생아 수(475명)가 2021년 8월 이후 4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저출생 극복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연간 출생아 수도 2022년 4737명에서 2023년 4861명, 2024년 4899명으로 회복세다.
또다른 학부모 박모(39)씨는 "청주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표방한다는데, 정작 부모들이 필요한 건 양육비용보다는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이라며 "돌봄 공백 문제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giza@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