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스포츠 도시' 태백, 파크골프장은 왜 초라한가
생활체육 수요·관광 트렌드에 역행하는 ‘27홀 도시’ 태백의 현실
"파크골프는 단순 체육시설 아니다"

태백시 백산지역에 조성된 9홀 규모 파크골프장 모습. 고원스포츠특구 태백의 현실이다.(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고원 스포츠 도시를 자처해온 강원 태백시가 정작 가장 ‘뜨거운’ 생활체육인 파크골프에서는 뒷걸음질을 걷고 있다.
해발 700m 고지대의 시원한 기후, 맑은 공기, 천혜의 자연환경을 무기로 태백은 수년간 축구, 태권도, 야구 등 각종 종목의 전국 대회와 전지훈련 유치에 힘써왔다. ‘고원 스포츠 특구’라는 슬로건도 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태백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은 스타디움이 아닌 파크골프장 예약창이다.
파크골프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12만명 수준이던 전국 동호인 수는 불과 4년 만에 40만명을 돌파했고, 전국 파크골프장 수도 700곳을 넘겼다.
비용 부담이 적고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어 복지, 건강, 체육, 관광을 연결하는 신 복합 스포츠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태백의 인프라는 시대 흐름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태백시 내 파크골프장은 삼수동 스포츠파크의 18홀, 백산마을의 9홀 등 총 27홀이 전부다.
태백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불과 1년 사이 등록 회원 수는 300명에서 65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들이 활용할 경기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단순 라운딩도 예약 경쟁이 치열하고, 생활체육팀 간 친선경기조차 조율이 어려운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인근 지자체와의 격차다.
춘천시는 14억원을 투입해 신북읍에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2026년 완공 목표로 조성 중이며, 원주시는 12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무려 4곳에 총 9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계획하고 있다.
화천군은 이미 리뉴얼한 2개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며 가족 단위 전국대회를 유치했고, 지난해 방문객 55만명 중 절반이 넘는 29만명이 외지인이었다.
이들 지자체는 단순 체육 인프라를 넘어 지역관광, 숙박, 음식, 유통산업과 연계한 지역경제 모델로 파크골프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태백시는 수년간 파크골프장 후보지를 두고 서학골, 백산동, 구와우, 하장성 등 여러 안을 오가며 결정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오투리조트 입구 부지를 36홀 규모 파크골프장 조성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며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예산 확보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오는 2026년 착공,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순히 ‘운동할 곳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파크골프는 노년층 건강 복지, 중장년층 사회활동, 여성의 참여율 제고, 체류형 관광객 유입, 지역 상권 활성화 등 다층적인 파급효과를 가진 생활스포츠다.
특히 여성 참여율이 65% 이상에 달하는 파크골프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태백에서 사회적 고립을 막고, 건강과 활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복지적 가치가 매우 크다.
안도영 태백시파크골프협회장은 “지금이라도 최소 36홀 이상의 정규 파크골프장을 조성해야 지역 동호인은 물론, 전국 대회 유치를 통한 외부 관광객 유입도 가능해진다”며 “지역 관광까지 연계된다면 태백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파크골프를 단순히 공치는 놀이터로 볼 것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 체육의 경계선을 허무는 융합형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ino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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