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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맞춤형 인구 정책으로 생활인구 1위 도시 도약"[지방소멸 해법-단체장에게 듣는다]

등록 2025.05.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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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권역별 특화 개발로 더 오래 머무는 관광지 조성

양수발전소·케이블카 등 지역경제 견인 프로젝트 추진

탄소 저장하는 건강한 땅, '흙 살리기'로 생태농업 선도

도시 아이들 품는 농촌유학타운, 교육·정주 기반 확대

[구례=뉴시스] 김순호 구례군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뉴시스] 김순호 구례군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구는 지역의 성장과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인구감소는 주민세, 지방소득세 등 세수 감소와 직결돼 지방소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감소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에 필요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뉴시스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방소멸 해법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구례=뉴시스] 김석훈 기자 = 인구감소는 대한민국 농촌 대부분이 직면한 절박한 현실이다. 전남 구례군도 예외는 아니다. 주민등록 기준 인구는 2만4000명선.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인구 2만명선이 무너진다.

하지만 구례는 위기 속에서도 2024년 1분기 생활인구 44만9000명, 연간 관광객 646만명이라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며 지방소멸 해법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체류형 관광도시 구현’에 방점을 찍는다. 구례형 귀농·귀촌 지원과 생활인구 확대 전략, 그리고 자연을 보전하면서도 경제를 살리는 생태관광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4대 권역 개발 사업과 1조4000억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유치, 오산 케이블카를 비롯한 2000억원 규모의 섬진강 관광레저단지 조성, 550억 규모 지역활력타운 조성 등 굵직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도 본격화되고 있다.

다음은 김 군수와의 일문일답.

-구례군의 인구 현황은.

"구례군 인구는 작년 말 기준 2만 4025명, 매년 자연 감소가 400명에 달한다.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지속적인 인구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은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8년간 220세대가 교육을 수료했고, 그중에 135여 세대가 구례에 정착했다. 통계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약 4100세대, 5400명이 구례로 이주할 정도로 우리 구례가 귀농·귀촌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대단히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생활인구 측면에서 구례가 주목을 받았는데.

"작년 1분기, 전국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구례의 생활인구는 44만9000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등록 인구의 무려 18.4배다. 이는 관광과 귀농·귀촌 정책, 그리고 자연 친화적인 체험 기반이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본다. 우리 구례가 단순히 방문하고 끝나는 지역이 아니라,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4대 권역 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구례 전역을 4대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특성에 맞춘 체류형 관광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 사업은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소비지출을 늘리고, 동시에 주민 삶의 질도 높이는 생활밀착형 개발이 핵심이다.

먼저 구례읍 권역은 군청과 5일시장 주변을 중심으로 도시 기능을 재정비하고 있다. 활력타운, 가족복합센터, 청년하우스 같은 주거·문화 인프라를 통해 젊은 인구가 머물 수 있는 기반을 견고히 하고, 우리밀 빵 특화거리 등을 통해 관광객들의 체류를 유도할 예정이다. 또 백련천 생태문화로드와 웰니스 복합센터 등을 조성해 더욱 쾌적한 정주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섬진강 권역은 자연과 레저가 결합된 관광 거점이다. 오산 케이블카를 중심으로 2000억원 규모의 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보도교와 스카이바이크, 수달생태공원 트리타워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확충하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파사드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등 야간 관광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리산 온천 권역은 휴양 중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온천호텔, 골프장 등 민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리산 스카이런(집와이어, 모노레일), 하늘정원, 별빛숲정원, 스카이워크 같은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사계절 레저·치유 관광지로 육성 중이다.

마지막으로 화엄사·피아골 권역은 역사·문화와 걷기 여행을 결합한 힐링 권역이다. 화엄4색 블루투어 프로젝트, 반달가슴곰 보금자리, 무소유길 등 생태와 정신을 아우르는 탐방 콘텐츠를 확장 중이다. 또한, 피아골 순환도로와 힐링로드를 조성하고, 이와 연계한 관광 기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 상황은.

"지리산 케이블카는 구례군민의 30년 숙원사업이다. 지금까지 환경부의 반려를 네 차례 겪었지만, 2023년에 다시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제출했고, 승인받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차량 중심 접근 방식은 미세먼지, 로드킬, 대형 교통사고, 주차난, 쓰레기 투기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는 환경을 훼손하는 사업이 아니라, 오히려 지리산을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대안이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도 알프스산맥 보호를 위해 케이블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만큼, 지리산케이블카도 충분히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생태도시 구례의 대표 정책, '흙 살리기 운동'이 주목받고 있는데.

"지리산과 섬진강을 포함한 '천혜의 자연환경'이야말로 구례군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특히 생명의 근원인 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자원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 IPCC 보고서에 따르면 토양은 대기보다 2~3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또 흙 속의 풍부한 유기물과 미생물은 작물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흙을 살리는 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현명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유기 농산물을 생산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고품질 농산물 판매로 농가 소득도 높여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는 사업이다. 그동안 우리 군은 흙 살리기 선포식, 국회 토론회, 박람회 등을 추진해 왔는데, 가장 큰 성과는 정치권과 연대해 흙 살리기를 국가적 의제로 부각시킨 점이다. 이를 통해 국민 공감대가 확산됐고, 동시에 생태도시 구례의 위상도 더욱 높아졌다. 작년 박람회는 폭우 속에서도 1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과 풍성한 콘텐츠를 준비해 9월 중 개최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구례=뉴시스] 김순호 구례군수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등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뉴시스] 김순호 구례군수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등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시에서 전학오는 농촌유학생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2024년 2학기 기준으로 농촌유학생 수는 67명, 대기자만 100명이 넘는다. 2021년 2학기 24명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구례의 농촌유학이 인기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이런 자연을 활용한 체험 학습 프로그램이 다채롭고 수준높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아이들이 이곳 생활을 너무 좋아해서 도시로 돌아가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님들 반응도 매우 뜨겁고, 실제로 정착을 결심한 가족도 계신다. 이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가족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서 우리 군은 농촌유학타운을 확대 조성하고 있습니다. 우선 1단지는 2025년 5월에 준공될 예정이며, 6월부터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단지는 2026년 7월 준공, 8월 입주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학부모님들의 의견과 개선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반영해서,  더욱 완성도 높은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활력타운 ‘산에마을’의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산에마을은 총 546억원(국비 172억원, 지방비 96억원, 민자 278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가 공동 추진한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구례읍 일원에 7만7709㎡ 규모로 조성된다. 사업 내용은 주거와 생활 인프라, 생활 서비스가 융합된 혁신적 모델로 설계됐다. 86세대가 거주할 예정이며, 주거 형태는 은퇴자와 일반 세대를 위한 분양주택(46세대),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듀플렉스형 임대주택(28세대), 창업 희망자를 위한 상가주택(12세대), 관내 기업을 위한 기숙사 부지(2필지)로 다양하게 마련된다.

생활 인프라는 커뮤니티센터, 시니어 특화형 국민체육센터, 일자리창업지원센터 등 필수시설과 스마트팜 '다함께농장', 열린광장, 상상놀이터, 생태보행로, 공원, 생태주차장 등 도시 못지않은 쾌적한 기반 시설이 갖춰진다. 생활 서비스 또한 체계적이고 맞춤형으로 짜였다. 일자리창업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다함께농장'을 운영해 지속가능한 고용 창출을 도모한다.

더불어 커뮤니티센터 내 '다함께 마을식당'을 통해 돌봄서비스와 생활 불편 해소를 지원하고,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중고생 수능방송 수강료 지원 등 정착 지원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결속력을 높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2027년 10월 분양 예정인 산에마을의 분양가는 평당 120만원 선으로 인근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조기 마감이 예상된다."

-칠의대대 부지에 시티골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칠의대대 이전 부지는 구례 읍내와 가까우면서도 섬진강과 맞닿은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이 일대에 '섬진강 그린케이션 단지' 등을 조성해 숙박, 체험, 문화, 생태관광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체류형 복합 관광 거점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티골프(CITY GOLF) 사업이다. 시티골프는 골프존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도심형 골프장 플랫폼이다. 스크린 골프와 실제 필드 그린을 결합해, 도심 한가운데서도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실제와 유사한 골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톈진에 조성된 시티골프장은 약 5000평 규모의 실내 공간에 18개 스크린과 18개 실제 그린이 설치돼 있다. 구례는 이미 ‘치유와 힐링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시티골프는 레저와 건강, 여가가 결합된 콘텐츠로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킬 수 있다.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관광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구례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제는 단순히 보고 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 하루 이틀 더 머무는 구조로 가야 하는데, 시티골프는 그런 복합체류형 관광지 전환에 아주 적합한 모델이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재 많은 제도와 행정 절차는 인구가 늘어나던 시기의 관점에서 설계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로 접어들었고, 그에 맞는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각종 인프라나 국고지원에서 배제되면, 결국 더 빠른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규제를 풀고, 특례를 발굴해, 작지만 지속가능한 지역들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앙은 컨설팅 역할, 그리고 중앙-지방 협약을 통한 맞춤형 지원 체계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의 잠재력은 현장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 지역의 선택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도 제대로 된 해법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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