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Ado), 백문이 불여일청…狂人이 光人 될 때 작은 불이 큰 불꽃 된다
'J팝계 새로운 아이콘', 1년3개월 만에 두 번째 내한공연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서 월드투어 '히바나'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16/NISI20250516_0001844758_web.jpg?rnd=20250516193140)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카슈는 말 그대로 프로 가수이고, 우타이테는 일본 인기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니코동)에서 주로 활약하며 보컬로이드 곡 등을 커버해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를 가리킨다.
아도는 지난해 4월 여성 솔로 가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연 단독 콘서트 '신조우(心臟·심장)'(이틀 간 14만명 규모)에서 우타이테와 보컬로이드에 대한 격렬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의 일환으로 연 두 번째 내한공연은 미칠 만큼 하나를 파고드는 마니아의 심장을 품은 아마추어리즘 기질이 웬만한 프로를 넘어서는 불꽃 능력치를 만날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새삼 확인한 자리였다. 광인(狂人)이 광인(光人)이 되는 마법 같은 과정을 목도했다.
아도는 이번에도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철창 같이 생긴 박스형 공간에만 머물며 노래했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에 맞게 얼굴은 절대 드러내지 않고, '그림자 놀이'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실루엣만으로 역시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화려한 영상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번지기는 했지만, 노래가 갖고 있는 힘에 집중한 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양한 창법과 색깔로 곡에 서사를 부여하는 아도의 목소리와 가창이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목을 긁는 듯한 허스키한 가창, 울분이 터지면서도 청량한 두성 등 아도의 보컬은 곡마다 천변만화(千變萬化)였다. 작은 큐브 속 아도의 한정된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으로 무한확장했다. 듣기 좋은 굉음(轟音)의 폭격이었다.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16/NISI20250516_0001844757_web.jpg?rnd=20250516193114)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웃세와(うっせぇわ·시끄러워)'를 시작으로 '러키 브루트(ラッキー·ブルー)' '기라기라(ギラギラ·번쩍번쩍)'까지 들려준 뒤 보컬로이드 같은 음성을 사용해 한국어로 "아도예요.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폭풍 같은 순간이 시작됐다. 대표곡 중 하나인 '쇼'(Show·唱)'에선 래핑 같은 싱잉 등 드라마틱한 대목들이 빚어졌다.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을 보유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 2기 오프닝 '어질어질(クラクラ)'를 부를 때는 숨 가쁜 호흡과 리듬의 변칙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순발력과 안정감이 일품이었다.
스윙감이 돋보이는 '레디메이드(Readymade)', 베이스 리듬이 도드라지는 재즈 풍의 '미러(MIRROR)'에 이어 '샤를(シャルル)', '엘프(エルフ)', '밸류(Value)'가 쏜살 같이 이어졌다.
'스테이 골드(Stay Gold)'는 마치 황금빛을 본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현란한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나나나나나" 떼창이 폭발적인 '루루(ルル)'에 이어 애니메이션 '원피스' 극장판 필름레드 OST '물거품 룰라바이(ウタカタララバイ)'에선 폭풍우를 롤러코스터를 타고 질주하는 듯한 목소리 변주가 폭발했다.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16/NISI20250516_0001844756_web.jpg?rnd=20250516193050)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대표곡 중 하나인 '역광(逆光)'에선 팬들의 기합으로 공연장이 진동했고, 이번 콘서트의 주제가인 '히바나(ヒバナ·불꽃)'에선 아도의 목소리는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는 불빛 같았다.
열여섯 곡을 쉴 틈 없이 부른 아도가 그제서야 제대로 멘트를 했다. 그간 열심히 한국어로 공부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우리말로 최대한 소통하려고 애썼다.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너무 좋다는 아도는 지난해 2월 첫 내한공연에 이어 1년3개월 만인 이번 내한에서도 어김 없이 사랑하는 바나나맛 우유를 먹었다고 했다. 여기에 비요뜨 요거트, 초코에몽 등 평소 자신이 즐겨 먹는 한국 먹거리 이름들을 줄줄 읊었다.
아도는 이어 일본어로 "한국에서 두 번째 공연합니다. 각국에서 라이브 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고, 음식 이야기만 해버렸습니다만 여러분을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아도 특유의 비장미가 담긴 멘트가 이어졌다. 그건 거창함이 아닌 사명을 갖고 있는 자의 열망으로 수렴됐다.
"이번 콘서트 제목은 '히바나', 영어로는 '스파크'라고 해요. 이번 투어가 제게는 두 번째 월드 투어이고, 이번 투어가 정말 인생에서 가장 큰 경험이고, 이 투어가 일본의 음악, 문화를 전 세계에서 더욱 알아주시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작은 불이 언젠가는 모든 것을 밝히는 큰 불꽃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 자신이 그 불길에 휩쓸려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저는 끝까지 한국 팬들을 포함해서 모든 분들을 행복하게 이끌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행복이 저의 행복입니다. 정말 많은 응원봉에서 빛이 반짝반짝하는 걸 볼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제가 또 한국에 왔을 때 꼭 다시 이렇게 여러분들이 찾아주시면 너무 좋겠습니다."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newsis.com/2025/05/16/NISI20250516_0001844755_web.jpg?rnd=20250516193023)
[고양=뉴시스] 아도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 9홀에서 연 월드 투어 '히바나(Hibana·불꽃)' 현장. (사진 = Tomokazu Tazawa 제공) 2025.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앙코르 첫 번째 곡 '록스타(ロックスター)'에 이어 들려준 '빌런'이 폭발적인 반향을 얻었다. 한국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의 '빌런' 커버를 우리말로 들려줬기 때문이다. 아도가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커버한 곡이긴 하지만, 이날 앙코르에서 들려줄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호주 싱어송라이터 시아(Sia)의 '샹들리에(Chandelier)' 커버의 고음도 하늘을 찔렀다. 이날 공연의 정말 마지막곡인 '원피스 필름레드' OST '신시대(新時代)'는 아도의 시대가 열렸다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노래 부르는 뮤지션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황홀하지만, 목소리로 마음의 합을 맞추는 것도 그에 못지 않다. 집요한 격정의 노래 천재는 목소리만으로 다양한 서사의 충동을 빚어낸다. 사실 이렇게 부연할 필요는 없다. 백문이 불여일청.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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